- 복지부, 긴급복지 등 대책 마련
- ‘울산사건’ 부검 일산화탄소 중독
최근 울산에서 아버지가 양육과 생활고 등을 비관, 네 자녀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인식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전문가들은 사회가 이런 행위에 대해 ‘부모의 비극적 선택’ 등 동정론적 시각이나 인식을 버리고, 아동학대 행위로 규정해 대응 체계를 긴급히 재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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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울산 울주군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네 남매(7세·5세·3세 여아, 5개월 남아)와 30대 아빠의 발인식이 22일 엄수됐다. 사진은 빈소에 영정이 놓인 모습. 연합뉴스 |
22일 경찰과 관련 학계 등에 따르면 세이브더칠드런·인하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연차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아동학대 사망 중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아동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72명에 달했다. 연도별 피해 아동 수는 2019년 9명, 2020년 12명, 2021년 14명, 2022년 14명, 2023년 23명 등으로 4년 만에 2.5배 이상 급증했다. 전체 아동학대 사망 사건 중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30% 안팎에 달했다.
지난 18일 울산에서 30대 남성 A 씨와 자녀인 4남매(7세, 5세, 3세, 생후 5개월)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전형적인 사례다. 생활고와 양육 부담을 이기지 못한 아버지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자녀 4명의 목숨을 함께 앗아갔다. 울산에서는 2023년에도 40대 아버지가 아내와 중고등학생 자녀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12월에는 경기 용인에서 40대 남성이 9살 아들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같은 달 경북 경산에서도 10대 자녀를 포함해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부모의 소유물이나 부속물로 보는 ‘왜곡된 인식’이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전북대 장화정(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는 자신이 죽으면 아이가 고생할 것이기 때문에 자식들을 거둬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녀를 소유물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로 보는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육 위기 가구에 대해서는 가사·돌봄 서비스가 ‘신청’이 아닌 ‘배치’ 형태로 즉각 투입하고, 부모에게는 우선적으로 일자리를 연계해 주는 통합 서비스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인하대 원혜욱(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사회가 ‘동반자살’ ‘일가족 자살’ 같은 용어를 사용하며 가해자인 부모를 온정적 시각으로 바라봤기 때문에 아동학대라는 본질이 가려졌다”고 지적했다. 강미정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장은 “부모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녀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특화된 프로토콜이 도입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사건을 수사 중인 울산 울주경찰서는 숨진 30대 A 씨와 자녀 4명 시신 부검 결과 모두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결론지었다. 경찰은 A 씨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정확한 사망 경위를 파악한 뒤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정은경 장관 주재로 긴급 점검 회의를 개최해 복지 신청주의 개선, 긴급복지 선정 기준 완화, 공무원의 복지급여 직권 신청을 위한 금융실명제 예외 적용 등을 구체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