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 광역경제권 인센티브 집중
- PK, 금융·해양 등 유치전 불리
김민석 국무총리가 2차 공공기관 이전의 핵심 원칙으로 ‘집적화’와 ‘성장 거점 중심 이전’을 공식화하면서, 행정통합 논의가 사실상 정체된 부산경남 지역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행정통합을 완료했거나 가시화된 지역에 우선권을 주겠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부산경남이 단일 대오를 형성하지 못할 경우, 이번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대형 국책 사업에서 사실상 소외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행정통합이 가른 공공기관 이전
지난 5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0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2차 공공기관 이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5극 3특 지역별 특화 산업과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한 기관 재배치가 아닌 전국을 통합된 광역 경제권 단위로 재편하고 그 거점에 인센티브를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어느 지역이 더 강력한 ‘클러스터’ 논리를 제시하느냐가 배분의 기준이 된다. 행정통합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 통합된 광역 행정체계를 갖춘 지역이 ‘집적화’의 물리적·제도적 기반을 갖췄다는 것을 입증하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위에 선 지역은 전남광주와 통합을 추진하는 대구경북이다. 대구는 IBK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유치전에 공개적으로 뛰어들었다. 대구에 자리한 신용보증기금과의 ‘금융 시너지’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부산이 수년간 공들여온 금융중심지 전략의 정당성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경북과 함께 행정통합이라는 강력한 카드까지 쥐면 논리적 명분과 정치적 추진력을 동시에 갖추게 된다.
오는 7월 출범하는 광주전남통합특별시 역시 만만치 않다. 이 곳은 이번 공공기관 이전 최대어로 불리는 수협중앙회와 농협중앙회 패키지 유치에 나섰다. 전국 최대 수산물 생산지라는 산업적 기반을 전면에 내세우며, 부산이 해양·수산 클러스터의 적임지임을 주장해온 논리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특히 수협중앙회는 부산이 해양수산 집적화의 상징 기관으로 꼽아온 곳이라는 점에서, 광주전남의 공세는 타격이 크다.
■“부산·경남, 로드맵이라도 보여야”
부산과 경남은 따로 유치전을 펼쳐야 한다. 부산은 KDB산업은행의 완전한 이전을 기반으로 수협중앙회 한국수출입은행을 더해 ‘금융·해양 복합 클러스터’를 완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세우고 있다. 경남은 사천의 우주항공청과 연계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및 방산 관련 기관 유치에 집중한다.
만약 부산경남이 행정통합을 한다면 부산의 금융 인프라와 경남의 첨단 제조·방산 역량을 하나로 엮어 ‘동남권 첨단 산업 금융 지원 벨트’라는 통합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어 정부로서는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기 곤란하다”며 충청권 등 제3의 지역을 선택할 빌미를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하반기 이전 대상 기관 발표를 앞두고, 지역 내부에서도 “이러다 핵심기관을 다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동남권 통합 메가시티’라는 단일화된 비전과 실행 가능한 로드맵이라도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제언한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경쟁 지역들이 이미 통합행정체계라는 구체적 성과를 손에 쥔 상황에서, 통합 논의조차 지지부진한 부산경남의 현실은 협상 테이블에서의 발언권 자체를 약화하는 요인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