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협 “공익상 이유땐 고발 가능”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고 무면허가 된 의뢰인이 재판 종료 이후 약속한 착수금을 주지 않습니다. 그러다 의뢰인이 또 운전하는 모습을 봤는데, 신고하면 변호사법 위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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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 로고. |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이런 취지의 질의가 대한변호사협회에 접수됐다. 사연은 이렇다. A 변호사는 음주운전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 씨의 사건을 수임했다. 그의 사건을 맡았으니, 자연스럽게 B 씨가 음주운전 탓에 면허가 취소된 사실도 인지하게 됐다. 의뢰인 B 씨의 ‘비밀’을 알게된 것.
B 씨는 500만 원에 A 변호사를 선임하겠다고 했다. 대신 당장은 400만 원만 주겠다고 했다. “1심을 열심히 해주면 선고 결과가 좋든 나쁘든 상관 없이 500만 원을 주겠다”는 것이다.
A 변호사는 그의 요청대로 ‘열심히’ 사건에 임했다. 그를 대신해 합의서를 받아주고, 다른 범행 탓에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던 그를 위해 두 차례나 재판 기일 변경을 신청했다.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재차 유죄 판결을 받으면, 유예된 형까지 다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피하려면 선고가 내려지는 시점에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야 한다.
그런데 B 씨는 추가금 1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으며 뒤통수를 쳤다. 그 즈음 A 변호사는 B 씨가 운전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무면허 운전 ‘범행’을 현장에서 목격한 것이다.
일단 이 모습을 촬영한 A 변호사는 고민에 빠졌다. B 씨가 무면허 상태라는 사실은 그의 사건을 맡으면서 알게 된 ‘비밀’이었다. A 변호사는 이를 수사기관에 고발하면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 위반인지, 위반이 아니더라도 착수금을 받지 못해 고발한다는 점에서 변호사 윤리규약을 어긴 것인지 궁금했다. 변호사는 의뢰인 조력 과정에서 알게된 비밀을 흘려선 안 된다.
이를 두고 지난 3일 대한변협은 ‘고발 가능’ 의견을 밝혔다. 비밀준수의무는 있지만 또 다른 무면허 운전으로 인해 생길 피해를 막는다는 ‘중대한 공익상의 이유’가 있으면 규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다. 중대한 공익은 변호사 개인에게 판단이 맡겨져 명확한 기준이 없지만, 의뢰인의 추가 위법 행위를 막아 피해를 줄이는 취지에서는 인정된다는 게 통상 견해다.
다만 대한변협은 미지급 변호사 보수 청구는 민사소송 제기 등을 고려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