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사사건 관여 법관·검사만 처벌
- 사법부 독립 침해 등 해소 안 돼
- ‘적법한 증거’ 모호한 조항 논란
- 실무 적용도 혼란…‘무용론’도
‘사법개혁 3법’의 하나인 ‘법 왜곡죄법’이 조항 일부를 수정해가며 국회를 통과했으나, 법조계에선 법안 도입의 목적과 별개로 사법권 독립 침해 등 정치적 위험 소지가 해소되지 않은 데다 실무 적용 또한 혼란스럽다거나 아예 ‘무용하다’는 평가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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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 왜곡죄법(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의원 주도로 가결되고 있다. 김정록 기자 |
통과된 안은 각 조항에 명확성을 더하고 사법부 독립 침해 등 위헌 소지를 줄이는 방안으로 수정됐다는 게 여당의 입장이다. 먼저 처벌 범위를 형사 사건으로 제한하고, 처벌 대상도 사건에 관여 중인 법관과 검사로 좁혀졌다.
원안의 1항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할 때’는 ‘법령이 적용 요건에 충족하지 않은 점을 알고도 적용하거나, 적용해야 할 법령을 빠트려 의도적으로 사건에 영향을 미칠 때’로 바뀌었다. 법령 해석이 합리적 범위 내라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건도 붙었다. 3항도 ‘증거 없이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 부분이 ‘적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음을 알면서’로 변경됐다.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나온 ‘논리나 경험칙’ 부분은 삭제됐다.
그런데도 법조계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법안 필요성 유무를 떠나 원안에서 제기된 문제가 거의 해소되지 못했다는 취지다. 모호한 조항이 대표적이다. 하태인 영남형사판례연구회장은 “부림 사건처럼 검·판사가 법 적용을 남용한 사례를 보면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수정안 3항 중 ‘적법한 증거’라는 용어는 혼란스럽다. 우리 법원은 ‘적법 수집 증거’가 아닌 때에도 위법 수준이 경미하면 사법정의 차원에서 그 능력을 인정한다. 그런데 ‘적법 증거’를 기준으로 삼으면 (서명 누락 등) 위법이 사소해도 증거를 배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파 논리의 개입’ 우려도 제기된다. 대법관 출신 동아대 김신(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정파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법원의 최종 해석 기관인 대법원이 판례를 변경하면 기존 판례를 따랐던 판사들이 법왜곡죄로 처벌받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법을 의식한 법관들이 기존 판례라는 ‘정석’만 답습해 변화한 사회 현실을 담은 새 판결이 나오기 어려워진다는 걱정도 나온다. 부산대 김미라(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등 선진국은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한다. 어떤 증거를 믿고 선택할지를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긴다. 법왜곡제가 도입되면 법관 고유 영역인 증거 취사선택권이 흔들린다”며 “특정 판단을 왜곡으로 규정하면 변화한 사회 인식을 반영한 새로운 판례가 나오기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법안으로 법을 곡해한 판·검사를 처벌하는 게 가능할까라는 ‘무용론’도 나온다. 법무법인 해마루 임재성 변호사는 “이미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로 처벌 가능한 행위들이다. 심지어 법왜곡죄 적용이 더 어렵다. 직권남용죄는 범행의 목적이 없어도 처벌 가능하지만, 법왜곡죄는 범행의 목적까지 입증해야 한다”며 “문제 있는 판결을 이 법으로 고소했다가 무죄 판결이 나면 오히려 해당 판결에 면죄부를 주게 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