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센티브도 미리 끊긴 뒤 걱정
- 구체적 데이터·조사 결과 없어
부산시가 최근 광역 지자체 간 행정통합 논의에 대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데이터나 조사 결과는 없어, 시가 부정적 시각으로 행정통합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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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부산 경남 행정통합의 방향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국제신문DB |
■“빈 껍데기 통합 갈등 유발”
지난 24일 진행된 행정통합 특별법 관련 브리핑에서 시는 “빈껍데기 통합은 지역의 자주적 발전이 아닌, 거대한 통합 비용과 묻지마 통합에 따른 지역민 간의 갈등만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의결안에 담긴 지원책들의 ‘강제성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현재 특별법안에는 ▷국가의 행정·재정적 지원 ▷도시철도 건설 재원 일부 부담 ▷대중교통 벽지 노선 운행 손실 일부 지원 ▷연구개발/기회발전특구 지정 요청시 우선 지정 노력 ▷첨단산업(AI 우주 로봇 등) 육성에 행정·재정적 지원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우선 지정 등이 있다. 전남광주와 관련해서는 ▷국방산업 클러스터 ▷조선산업 및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 ▷국제행사 유치 지원 ▷반도체산업 특화단지 지정 등이 명시돼 있다.
시는 이 모든 조항이 ‘할 수 있다’고 표현돼 실제 실행 단계에서 정부가 예산 지원을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런 재량 규정은 만들어지면 정치·행정적 노력으로 얼마든지 ‘해야 한다’는 강행 규정으로 바꿀 수 있다. 전남광주는 ‘AI 혁신거점 조성’은 강행 규정으로 확보했고,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지위도 부여받게 된다. 전남광주특별시장은 앞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해 줄기차게 요구하면 재량 규정을 강행 규정으로 바꿀 수도 있다.
■통합 인센티브도 부정적
시는 매년 5조 원 규모의 통합 인센티브를 받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해석을 내놨다. 박근록 시 행정자치국장은 “일시적으로 대규모 예산을 지원받는 것은 좋지만, 향후 지원 기간이 종료된 후 해당 금액이 끊기면 이미 착수한 각종 대형 사업들이 중단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일단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동력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는 뜻이다. 한 행정 전문가는 “오히려 사업 중단 우려를 빌미로 정부에 예산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며 “또한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라도 있으면 국비 확보에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된다. 이를 ‘의미 없다’고 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진영 시 정책수석보좌관은 “도로 표지판 교체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하다”며 통합 비용이 크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관계 확인에서부터 허점이 드러난다. 현행법상 국도의 도로 표지판은 국토교통부 지방국토관리청에서 예산을 부담한다. 지방도의 경우도 행정통합으로 명칭이 바뀌는 경우는 소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사정이 이렇지만 시는 “비용이 훨씬 크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이를 뒷받침할 정밀한 비용 추계나 표본 조사 결과는 내놓지 않는다.
지역 정계 관계자는 “각종 재량 규정과 연간 5조 원에 이르는 금액을 바탕으로 뭔가를 더 해보려고 하는 게 아니라 트집을 잡아 불평만 한다. 지엽적인 표지판 비용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통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거시적인 경제 효과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정부로부터 강제성 있는 지원을 끌어낼 전략을 먼저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