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기관 상당기간 저지 목적”
- 軍 철수계획 정하지 않았다며
- 尹 ‘경고성 계엄’ 주장도 배척
- “정치인 체포 지시, 尹이 승인
- 계엄으로 사회적 비용 막대
- 폭력 자제·고령 참작해 양형”
19일 ‘내란 정점’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재판장)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국회 등 헌법 기관의 기능을 상당 기간 저지·마비 하려는 목적으로 행사됐다”며 12·3 비상계엄이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 행위인 점을 재차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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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부산 동구 부산역 대합실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무기징역을 선고받는 모습을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 이원준 기자 |
이날 재판부는 수사권에 관한 쟁점을 먼저 살폈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을 내란 혐의로 수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어 위법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반면 재판부는 공수처가 검찰과 더불어 내란죄 수사 개시권을 갖는다고 판단했다. 수사 대상 범죄인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의 관련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공수처가 상설기관으로서 계속해서 관련 범죄를 수사하고 실체적 진실을 파악해야 할 일반적 수사기관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직접 관련성이 인정되고, 규범적 의미에서 보더라도 효율적인 수사에 대해 필요가 크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내란죄에 관해 공수처의 수사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죄가 아닌 한 소추 대상이 될 수 없지만, 수사 자체가 불소추 특권에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한 군사기밀 관련 위법 수집 증거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의 핵심이었던 형법상 내란죄 구성 여부를 두고 재판부는 이번 비상계엄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한 ‘폭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대 로마, 중세 유럽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현직 대통령이 내란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지를 살폈다. 현대에서 선출직 대통령이 군대를 앞세워 의회 기능을 저지한 해외 사례도 찾아봤다고 했다. 재판부는 개발도상국에서는 조처가 취해지기 전 이미 망명해 처벌 사례가 없다시피 하고, 선진국에서는 치밀한 제도가 꾸려져 사례 자체가 드물었다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이 줄곧 강변해 온 ‘경고성·호소형 계엄’ 주장은 배척됐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은 언제 군을 철수시킬지 계획을 정하지 않았다”며 “윤 전 대통령의 마음 먹기에 따라 군 철수, 국회 운영 재개 여부가 결정되므로 국회 마비 기간이 상당기간 예정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치인 14명을 체포·구금하려 했다는 의혹 또한 윤 전 대통령 승인으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집합범으로서의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야당이 국정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엄을 선포했다는 주장에 대해 “동기·명분과 목적을 혼동하는 주장으로 판단된다”며 “국가 위기를 바로잡고 싶은 건 동기·이유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 없다’고 비유했다.
양형을 두고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범행을 주도한 점, 그러면서도 재판에 불출석하는 등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며 끝내 사과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은 범행을 직접, 주도적으로 계획했고 많은 사람을 범행에 관여시켰다”며 “비상계엄으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초래됐고, 피고인이 그 부분에 대해 사과의 뜻을 내비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짚었다.
다만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한 사정이 보이는 점, 실탄 소지나 직접적인 물리력과 폭력을 행사한 경우는 찾기 어려운 점, 계획 대부분이 실패한 등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장기간 공무원에 봉직했고 65세로 비교적 고령인 점도 참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