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진단 시행계획 분석해 보니
- 국비에 기댄 사업들이 대다수
- 부산시 4급 인사 담당도 문제
- 특별연합보다 조직·권한 후퇴
- 강력한 통합정부 외형 갖추고
- 자치·재정권 요구해야 설득력
메가시티의 원대한 꿈이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으로 축소된 후, 동남권 광역 협력 체계는 사실상 동력을 상실했다. 전국적인 행정통합 흐름을 선도하던 과거의 위상은 온데간데없고, 정부 공모 사업을 짜깁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타지역이 속도전을 펼치며 통합특별시 특별법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통과시킨 상황에서 부산시와 경남도가 지금이라도 2028년 통합 로드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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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7월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회 부울경 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부경울 3개 시·도 단체장과 관계자가 기념촬영하는 모습. 국제신문DB |
■‘천수답 국비’에 기댄 경제동맹
18일 부울경초광역경제동맹추진단이 마련한 ‘2025년 부울경 초광역권 발전 시행계획’을 분석한 결과, 부경울이 내건 초광역 경제동맹의 화려한 청사진은 실상 중앙정부의 처분만 바라보는 ‘천수답 국비’ 구조에 갇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대 분야 12개 핵심과제의 전체 투자 계획 7411억 원 중 지방비 투입 비중은 고작 12.7%(941억 원)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국비와 민간투자가 차지했다. ‘가덕도신공항 접근 교통망 확충’ 같은 핵심 사업에는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없었다. 지방비만 100% 투입되는 사업은 ‘먹거리 확보’ 관련 소액 사업(6200만 원)뿐이었다.
비가 오지 않으면 농사를 망치는 천수답처럼 중앙정부 정책 기조가 바뀌거나 예산이 삭감되면 부경울 미래 전략도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은 지난해 정부의 예산 조정 과정에서 국비 확보가 지연되며 좌초할 위기에 처한 바 있다. 동아대 김형빈(행정학과) 교수는 “어차피 기금 조성도 뒷받침되지 않는 초광역 경제 협력은 모래성 위에 세운 집과 같다”며 “현재의 경제동맹은 중앙정부 공모사업을 짜깁기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직의 위상이 낮은 것도 문제다. 현재 경제동맹 추진단은 부산시 소속 4급(과장급) 조직에 불과하다. 수조 원대 예산을 다루는 울산과 경남의 국장급들과 의사결정을 조정하고 통합의 키를 쥐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명확하다. 오는 25일 추진단을 본부급으로 격상할 예정이지만, 이미 통합 단체장 선출까지 논의 중인 타지역에 비하면 뒷북 대응이다. 박재율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는 “특별연합이라는 선도적 모델을 스스로 좌초시킨 단체장들의 책임이 크다. 행정통합이 성인이라면 특별연합은 청소년, 지금의 경제동맹은 초등학생 수준”이라며 “그러나 부경울은 현실적으로 오는 6월 행정통합 논의조차 힘겨운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자치권 확보 먼저”는 현실 괴리
이 같은 상황은 2024년 12월 특별지방자치단체인 ‘충청광역연합’을 출범시킨 충청권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충청권은 독자적인 인사·조직권과 조례 제정권은 물론 ‘특별회계 설치 조례’까지 제정해 안정적 사무 추진 기반을 닦았다. 반면 부경울은 과거 부단체장급이 단장을 맡았던 특별연합 시절보다 조직 규모와 권한이 오히려 퇴보했다. 자체적인 재원 마련을 위한 ‘초광역 협력 기금’ 조성 논의는 고려된 바도 없다.
이 때문에 “재정권과 자치권을 먼저 확보한 뒤 통합하겠다”는 논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력한 통합 정부라는 외형을 갖춰야만 중앙정부로부터 실질적인 권한과 재정을 이양받을 ‘협상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물류·교통·에너지는 이미 개별 행정구역의 단위를 넘어섰다. 대구경북 광주전남 등이 이미 통합특별시 특별법을 통해 ‘장관급 시장’ 배출과 파격적인 산업 특례 확보에 나섰다. 부경울만 경제동맹이라는 느슨한 협의체에 머물러서는 경쟁이 불가능하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2028년 통합 로드맵은 명백한 전략적 실패다. 일의 순서가 바뀌었다. 강력한 통합 정부라는 틀을 먼저 완성한 뒤 권한을 채워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