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중국인 총책의 지시내용 번역본. 부산경찰청 제공
|
부산경찰청이 캄보디아에서 강제 송환돼 부산에서 수사를 받은 범죄단체 조직원 52명을 전원 구속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지역에 본거지를 두고 관공서 등을 사칭해 총 71억 원의 돈을 가로챈 이들은 ‘홍후이 그룹’이라는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각 기관의 수의계약 정보까지 파악해 범행을 저질렀다. 구속된 조직원의 연령대는 52명 중 45명이 20, 30대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8월 22일부터 12월 9일까지 노쇼 사기로 피해자 210명으로부터 총 71억 원을 가로챈 혐의(전기통신사기피해환급법 등)를 받는다. 조직원 49명은 지난 23일 단체송환됐고, 3명은 조기귀국했다.
조직은 중국인 총책, 관리책, 한국인 관리책, 팀장, 팀원 등의 직급 체계를 갖추고 총 5개 팀으로 구성됐다. 다른 노쇼 사기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1선·2선으로 역할을 나눈 2단계 구조의 범행 수법을 보였다.
우선 ‘1선’은 업체 정보를 수집하고, 전화를 걸어 공무원 등을 사칭하며 위조한 명함과 공문서를 보내며 거래를 제안했다. 이를테면 구청 직원을 가장해 ‘가스 감지기 구매가 필요하니 대신 구매해달라’며 거래업체(2선)에 연결해 주는 식이다. 피해자가 연결된 ‘2선’에게 연락하면, ‘2선’은 위조한 사업자등록증·견적서를 피해자에게 보내주며 신뢰를 얻었다. 이어 자신들이 지정하는 대포통장 계좌로 피해금을 송금하게 해 이를 가로챘다.
 |
| 피의자들의 업체공유방 대화 내용 캡처. 부산경찰청 제공
|
노쇼 사기범들은 업체들이 관공서와 원활한 거래 관계를 유지하려는 심리, 판매자가 소비자들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는 심리를 악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들은 각 기관의 수의계약 정보를 파악, 계약 정보 및 대표자 이름을 확인한 후 그에 맞는 범행 시나리오를 만들어 배포하는 등 치밀한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사칭한 관공서·공공기관·공기업·학교·종교단체·사기업 등 144개에 달했다. 중국인 총책은 개인별 매일 50곳 이상 범행할 것을 지시했고, 사칭 대상 범위를 늘려가며 데이터베이스를 확대해 갔다. 또 각 범죄팀이 사칭할 기관과 피해 목표 업체들을 날짜별로 배분받고 공유해 범행이 겹치는 일이 없도록 했다.
피의자들은 대부분 사기 범행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 채 범행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SNS 대화를 보면 피해 업체와 통화 후 피해자를 조롱하는 내용, 범인 10명 모두 각각 하루에 1억 원 이상 범행을 성공한 후 현지 유흥업소에 가자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피의자 상당수는 처음에는 대포통장과 전화를 판매하면서 범행에 연루됐고, 이후엔 브로커 등을 통해 캄보디아로 출국 후 적극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는 도박 빚 등 채무에 허덕이다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에 현혹돼 캄보디아에 입국했다가 여권·휴대전화를 빼앗긴 상태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범죄단지 건물은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고, 출입구에는 전기충격봉을 소지한 경비원이 있어 피의자 대부분이 건물 내에서만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범정부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를 통해 지난 단속에서 검거되지 않은 한국인 여성 관리책 A씨 등 2명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 및 국제 공조수사를 진행하고, 범죄수익의 추적·환수 또한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