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한시적 인센티브 정면 비판
- 자치·재정분권특별법 우선 촉구
- 올해 실패책임 정부에 떠넘기기
- 발표 접한 시민 반응 찬반 팽팽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28일 행정통합 계획을 발표하며 정부가 최근 제시한 지원안을 정면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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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준(왼쪽)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28일 경남 창원 진해구 부산신항 내 동원글로벌터미널 홍보관에서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양 시장·도지사는 “정치 바람으로 강권하는 것은 배고프다고 독이 든 떡을 먹으라는 것”과 같은 얘기라며 사실상 오는 6월 선거 전 행정통합은 불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분명한 자치·재정 분권을 보장하는 특별법을 수용하면 선거 전 통합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박 시장과 박 지사는 ‘배고픈 아이에게 떡 주듯’ 하는 인센티브 대신 완전한 자치권을 전제로 한 방안을 요구했다. 이들은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거의 8대 2로 향하고 있는데, 최소 6대 4로 개선해야 한다. 구조가 나아지면 통합자치단체는 2024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매년 7조7000억 원 이상의 재원을 항구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며 “이는 안정적 재원으로, 4년간 최대 20조 원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한시적 인센티브와 비교할 수 없는 재정 규모”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고보조사업에서 재정 지원은 완전한 포괄 보조 형식으로 전환해 지방정부의 재정 자율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3월까지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해 7조7000억 원의 국세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를 고려했을 때 박 시장과 박 지사는 정부가 받기 힘든 안을 역제안함으로써 6월 지방선거 전 통합 실패의 책임을 정부에 넘기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정부 인센티브 안을 맞받아치며 잃었던 행정통합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시도로도 풀이된다.
양 단체장은 또 지역 문제를 지역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입법·조직·행정권한의 이양을 요구하면서 “요구사항은 향후 제정될 행정통합 특별법에 명확히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지역 법인세 총액 30% 이양, 지역 부가가치세 5% 이양, 지역 양도소득세 일체 이양, 총액 인건비 제외, 부시장·기획조정실장 임명권, 직급 상향 권한, 완전한 자치경찰제 시행, 고유 자치사무 부담금·수수료 범위 조례 제정, 국가 사무 위임 사전 합의 의무화 등이다.
행정 통합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와 여당은 선통합 후 복잡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양 단체장은 모든 사안을 먼저 해결한 후 통합해야 한다는 단계론을 제시한 셈이다.
두 단체장은 2028년 통합 로드맵과 함께 통합 관련 8개 시장·도지사 긴급 연석회의 참여를 제안했다. 행정통합을 따로 할 게 아니라 힘과 지혜를 모아 함께 추진하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연석회의를 진행할 경우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을 선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부의 행정통합 ‘속도전’에 제동을 걸고 우군을 확보하는 노력으로도 볼 수 있다.
박 시장과 박 지사의 발표를 접한 시민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번에야말로 통합을 이룩하자는 쪽과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쪽이 팽팽하다. 부산의 한 중견기업 대표는 “두 단체장의 발표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수도권 일극주의 병폐를 고치려고 마련한 행정통합이 무산되는 거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역 한 대학 교수는 “이번 제안이 당위성에서는 맞지만 현실적으로 실현하기가 쉽지 않아 두 단체장의 통합 의지를 의심하게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