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고령, 헌법소멸 목적” 지적도
- 한덕수, 尹에 계엄국무회의 건의
- 단전·단수 논의한 혐의 등 유죄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2·3 비상계엄 관련자 중 처음으로 내란 관련 사건의 판단을 받은 가운데, 재판부는 이들이 선포한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며 ‘12·3 내란’으로 칭했다. 비상계엄의 정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선고를 앞둔 관련자들 역시 ‘12·3 내란의 가담자’로 호명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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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한덕수(오른쪽)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
21일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12·3 비상계엄 선포를 전후해 벌어진 일련의 일들이 형법 87조에 규정된 내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위헌·위법한 포고령 발령, 군경을 동원한 국회·선거관리위원회 점거 등을 지적한 재판부는 한 전 총리를 두고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사법부가 내란죄를 판단한 첫 사례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가 윤 전 대통령의 국무위원 계엄 심의권 침해 사건을 판단할 때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지적한 바 있지만, 내란죄를 직접 다룬 건 한 전 총리 사건이 처음이다.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가리고 절차적 정당성을 갖출 목적으로 윤 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고, 국무위원 출석을 독촉한 혐의를 받았다. 또 계엄 이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이행 방안을 논의하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 뒤 이를 의결할 국무회의 소집을 지연시킨 혐의도 받았다.
형법상 내란죄의 인정 요건은 크게 두 가지다. ‘국헌 문란’과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동’이다. 먼저 재판부는 국헌 문란을 두고 “포고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의회 민주주의와 영장주의, 언론·출판의 자유 등 헌법 질서를 소멸시키려는 목적에서 발령된 것”이라며 그 목적성을 인정했다.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동’에 대해서도 “군 병력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중앙선관위 등을 점거·출입 통제하고 압수수색한 행위는 다수인이 결합해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며 인정했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왜 내란인지를 장시간에 걸쳐 설명했다. 재판부는 “12·3 내란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 추종 세력에 의한 것으로, 성격상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한다”며 “이런 형태의 내란을 이른바 ‘친위쿠데타’라고도 부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12·3 내란의 위헌성 정도는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다”며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하고 내란 행위를 함으로써 국민이 가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 자체를 뿌리째 흔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2·3 내란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내란 행위 자체는 몇 시간 만에 종료되긴 했으나, 이는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 용기에 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애초 조은석 내란특검팀은 한 전 총리를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공판 과정에서 혐의를 선택적 병합하라는 재판부 요구에 따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도 판단해 달라며 공소장 변경을 신청해 받아들여졌다.
12·3 비상계엄이 내란에 해당한다는 사법부 판단이 나오면서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된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의 판단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건은 다음 달 19일 선고가 예정됐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 군경 핵심 관계자 7명도 함께 판단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