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당수 자투리공간 설치
- 규모 작고 사후관리 주먹구구
- ‘디자인수도’ 개최 전시성 지적
부산시가 추진 중인 ‘1만 개 정원도시’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실효성에 대해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30년까지 총 3000억 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관리 인력 확충이나 양성 계획은 부족해 사후 관리 대책이 현저히 떨어진다. 2028 세계디자인수도(WDC) 개최를 앞두고 행해지는 전시행정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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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금정구 구서지하차도 교통섬. 국제신문DB |
21일 국제신문 취재 결과 지난달 부산시 푸른도시국은 시장 주재 2026년 업무보고를 통해 ‘만개(萬個)의 정원도시 부산, 만개(滿開)하다’라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부산 전역에 1만 개의 정원을 조성하는 계획이다. 시는 이를 통해 시민의 일상 속에 녹색 쉼터를 제공하고, 창의적인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을 접목한 ‘작가 정원’ 등으로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했다.
세부 계획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다르다. 올해 목표치인 100개소 중 상당수가 교통섬, 횡단보도 인근, 가로수 하부 등 자투리 공간에 조성된다. 사실상 대형 화분을 배치하거나 상자텃밭을 설치하는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3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고작 화분을 나열하는 것이 실질적인 도시 녹화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정원’이라 부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조성·운영하는 ‘지방정원’은 최소 부지 면적이 10만㎡이어야 한다. 현재 부산시가 계획하는 대다수의 소규모 정원은 법적 의미의 정원 규격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대해 산림청 수목원정원정책과 관계자는 “법적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지자체 조례를 통해 자체적으로 ‘정원’이라 명명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전례는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후 관리’다. 식물은 조성보다 유지가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부산시의 전담 관리 인력 확충 계획은 사업 규모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다. 현재 시가 내놓은 인력 양성 계획은 시민정원사 초급·고급반 60명, 서포터스 30명 등 총 90명에 불과하다. 부산 전역에 걸친 1만 개의 정원을 관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다.
시는 부족한 행정력을 ‘시민 정원사 참여 기반 확대’와 ‘정원 유지관리 자립 체계 전환’으로 메우겠다는 방침이다. 즉, 집 앞 정원은 시민이 직접 가꾸라는 논리다. 그러나 자발적인 시민 참여가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도심 곳곳에 설치된 상자 텃밭은 순식간에 잡초가 무성해지고 쓰레기 투기 장소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 여름철 해충 발생이나 동절기 식물 고사 등으로 인해 오히려 도심 경관을 해치는 ‘흉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시 관계자는 “과거의 녹지 정책이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에 그쳤다면, 이제는 정원 문화를 확산시키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며 “손이 적게 가는 ‘저관리형 정원’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