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공항에 미치는 영향평가 안 해
- 항공기·조류 충돌 사고 증가 우려
- 전문가·환경단체, 조성 자체 반대
김해국제공항을 포위하듯 철새 대체서식지 여섯 곳이 조성된다. 대체서식지가 만들어지면 공항 인근에 철새가 몰릴 수밖에 없어 김해공항 항공기 안전에 비상등이 켜졌다.
부산시는 낙동강 하구에 여섯 곳의 철새 대체서식지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대체서식지는 시가 대저·엄궁·장낙대교를 건설하며 기존 철새 서식지가 훼손됨에 따라 만드는 인공 서식지다. 대체서식지에는 철새가 쉬는 공간과 먹이터 등이 들어선다. 예정된 대체서식지는 ▷대저·삼락생태공원 ▷서낙동강·둔치도 ▷맥도준설토적치장·맥도 체육시설 부지로 규모는 253만 ㎡에 이른다.
대체서식지가 완공되면 김해공항 안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대체서식지는 김해공항 활주로와 불과 2~5㎞ 떨어진 곳에 만들어진다. 여섯 곳이 한데 모여 있지 않고 김해공항을 중심으로 정면과 좌우를 둘러싸듯 조성된다. 공항과 가까운 데다 철새들이 대체서식지를 옮겨 다니며 항공기 운항을 방해할 수 있다.
시는 3개 대교 공사 과정과 완공 후 3년간 대규모 건설 사업이 인근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한다. 이때 대체서식지 조성에 따른 김해공항과 항공기 운항에 미치는 영향은 관찰 항목에서 빠져 있다. 대체서식지를 만들기 전은 물론 건립을 마친 뒤에도 철새가 공항에 미치는 영향은 살피지 않는다. 시 관계자는 “공사가 시작되면 환경영향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모니터링은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다. 대체서식지 조성에 따른 철새 이동 경로 변화 등은 모니터링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해공항은 지금도 전국 6대 공항 가운데 조류 충돌 비율이 0.034%로 대구공항과 함께 가장 위험한 공항으로 손꼽힌다. 대체서식지가 완공되면 김해공항의 조류 충돌 비율은 지금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김해공항은 26명의 조류 퇴치 요원으로 공항 주변에서 새를 쫓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전국 공항에 한국형 조류 탐지 레이다와 열화상 카메라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대체서식지가 조성된 뒤 철새들이 공항 주변으로 몰리면 공항 안전 확보를 위한 대응은 지금보다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김해공항도 대체서식지 조성에 큰 우려를 표한다. 공항 관계자는 “대체서식지가 만들어지면 항공기 운항에 차질을 줄 것으로 본다. 공항공사 차원에서 시에 대체서식지에 관한 의견을 계속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 전문가도 공항 인근에 철새를 위한 대체서식지를 만드는 데 걱정을 감추지 못한다.
신라대 최인찬(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원칙적으로 공항을 중심으로 반경 9.8㎞에는 소형 드론 등 어떠한 비행체를 띄우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대체서식지가 만들어지면 새는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다. 서식지가 여러 곳이라 공항을 중심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며 “새들을 공항 가까이로 불러 모을 수 있는 대체서식지 조성 계획은 무척 위험한 발상이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 또한 대체서식지의 기능과 항공 사고 우려 등으로 시의 대체서식지 조성에 부정적이다. 박중록 ‘습지와 새들의 친구’ 운영위원장은 “큰 고니가 안정적으로 살려면 하천 폭이 4㎞는 돼야 하는데 대체서식지는 어항 수준에 불과하다. 대체서식지가 과연 기능적으로 유효한지 의문이다”며 “대체서식지 내에 먹이터가 조성되면 새들의 이동 패턴이 달라져 공항과 같은 넓은 터로 들어가 항공기와 충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