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NK 부산은행·생명나눔실천 부산본부·국제신문 공동기획
“다시 스스로 숟가락을 들 수 있기를”
부산 해운대구의 한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박현수(가명·41) 씨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혼자 일어나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집을 나서 장애인직업재활센터로 향하던 성실한 사람이었다. 조현병과 지적장애 3급이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약 10년 동안 조립·포장 업무를 성실히 이어오며 자신의 일상을 스스로 지켰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그의 삶은 갑작스럽게 멈춰 섰다. 센터에서 작업을 마친 뒤 식사를 하던 중 왼쪽 팔과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처음 나타났다. 이튿날 일시적으로 호전되는 듯했지만, 이후 반복적으로 위약감이 나타났고 결국 11월 초, 왼쪽 팔을 들어올리기조차 힘든 상태로 응급실을 찾았다. 진단은 뇌경색. 그날 이후 박 씨는 혼자서 식사도, 이동도 어려운 상태가 됐다.
현재 박 씨는 좌측 편마비와 구음장애로 인해 최소 6개월 이상의 전문 재활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상지 근력 저하로 발병 이전 가능하던 기본적인 일상생활 동작이 크게 제한됐고, 보행기구와 타인의 지속적인 도움이 없이는 생활이 어렵다. 급성기 치료를 마친 뒤 재활을 위해 병원을 옮겨 기구치료, 작업치료, 운동치료, 물리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부축을 받으면 짧은 거리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조금씩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의 변화는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과거 치료를 거부하거나 소극적이던 모습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치료 일정에 집중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재활 훈련이 쉽지 않지만 다시 스스로 일상을 되찾고 싶다는 마음이 그를 버티게 한다.
박 씨의 곁에는 어머니가 있다. 금정구에 거주하는 그의 어머니(63)는 요양보호사로 생계를 이어왔으나, 아들의 발병 이후 일을 그만두고 전적인 간병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어머니 역시 깊은 상실과 피로 속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불과 3개월 전, 교통사고로 배우자를 잃은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아들을 돌보느라 자신의 슬픔을 돌볼 여유조차 없다. 현재 박 씨 가정의 월 수입은 의료·생계·주거급여를 합해 약 76만 원이 전부다. 재활치료에 필요한 월 치료비는 약 55만 원. 결코 가볍지 않은 부담이다.
사회복지사는 “박 씨는 조현병 환자라는 편견을 스스로 깨며 살아온 분”이라며 “오랜 시간 성실하게 일하고 일상을 지켜온 그 의지는 지금의 재활 과정에서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 박 씨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과 치료, 그리고 이를 지탱해 줄 지역 사회의 손길이다. 이웃의 따뜻한 손길과 지원이 더해진다면 그는 치료에 전념하며 다시 스스로의 삶을 회복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밤낮없이 아들을 돌보는 어머니에게도 잠시 숨을 고를 여유와 마음의 안식을 건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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