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상 제작 등 취지 어긋난 사용도
- 필요사업 발굴, 기획력 키워야
정부는 고향사랑기부금 제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지만 정작 부산지역 16개 구·군은 모인 기부금 활용 방안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기부금을 쓰는 곳도 제도와는 동떨어진 사업을 해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올해부터 고향사랑기부금 세액공제를 부분 확대한다고 1일 밝혔다. 2026년부터 10만 원 초과 20만 원 이하 금액을 기부하면 40%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2025년(15%)과 비교해 공제율이 크게 올랐다. 정부는 세액공제 확대로 기부금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다. 열악한 지방자치단체 재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개인뿐만 아니라 법인 또한 기부할 수 있도록 법 개정도 검토 중이다.
고향사랑기부금 제도는 2023년 최초로 도입됐다. 정부는 꾸준히 제도를 손질해왔지만 부산 16개 구·군 중 절반이 지난해까지 기부금을 한 푼도 쓰지 않았다. 북구 강서구 서구 등 8개 구·군은 지난 3년간 기부금 사업을 하지 않았다. 이들 구·군은 모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기부금을 집행하지 않았다. 서구 관계자는 “다른 곳보다 모금액이 적다. 기부금이 1억 원 이상 모이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기금을 쓰지 않은 다른 구·군 사정도 비슷하다. 모금액이 적다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실상은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을 발굴하고 기획하는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기부금을 통장에 쌓아만 두고 있다.
기부금을 쓰는 곳도 주민과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이 아니었다. 사상구는 지난해 고향사랑기부금 가운데 1억2000만 원을 들여 동상을 제작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동구는 부산진성공원에 맨발 황톳길을 만드는 데 약 4700만 원을 썼다. 필요성에 의구심이 들고 구의 자체 예산으로도 할 수 있는 사업이다.
기부금이 지자체 쌈짓돈처럼 쓰일 수 있는 건 일반 예산 심의와 달리 지출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아서다. 예산 사업은 의회 심의를 통과해야 하지만 기부금은 구가 자체적으로 꾸린 기부금 운용심의위원회 의결만 얻으면 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나서 적극적인 기금 활용과 지출을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행안부 관계자는 “제도 활성화를 위해 더 노력하겠다. 다만 정부가 나서 지자체 기금 지출을 제한하기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부금 사업을 펼친 8개 구 가운데 해운대구가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해운대구는 저출생과 보육에 초점을 맞춰 ▷해운대형 난임부부 지원사업 ▷해운대 쑥쑥 클리닉 사업 ▷온마을 육아 봉사 특공대에 기부금 8400만 원을 지출했다. 부산은 아니지만 전남 곡성은 고향사랑기부금 3억 원을 지출해 지역에 소아과 전문의를 초빙했다. 제주도는 원시림인 곶자왈이 훼손 위기에 놓이자 기부금으로 사유지 5㏊를 매입해 숲을 보전한다.
시민단체는 지자체에 지역과 주민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사업을 기획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한다.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은 “아직 부산에서는 고향사랑기부금이 안착되지 않았다. 구·군이 지역에 맞게 지출해 기부자에게 기부 효용성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 지난 3년간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액 미지출 부산 구·군 |
구군 |
지난 3년간 모금 총액 |
부산진구 |
2억8259만3600원 |
기장군 |
2억1671만5500원 |
강서구 |
1억9817만6000원 |
금정구 |
1억3140만 원 |
북구 |
1억2456만6500원 |
수영구 |
1억642만7000원 |
연제구 |
1억579만8300원 |
서구 |
9421만3980원 |
※자료 : 각 구·군, 2025년 기부금은 11월 말까지 집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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