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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일대에 설치된 빛 조형물들. 이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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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이면 부산 도심 곳곳에 열리는 빛 축제에 재생에너지 사용이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위기 시대에 부산시 역시 공공부문의 녹생 성장을 추구하고 있으나, 정작 지역 축제는 여전히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는데도 불구하고 기준조차 없어 관련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부산 16개 구·군에 따르면 올해 말과 내년 초 빛 축제를 개최하는 구·군은 총 10곳이다. 구체적으로 ▷중구 ▷서구 ▷부산진구 ▷사하구 ▷북구 ▷동래구 ▷금정구 ▷연제구 ▷수영구 ▷해운대구 등이다. 빛 축제는 미디어아트나 경관 조명 등을 설치하는 지역축제다. 매년 연말 연초에 많은 지자체가 빛 축제를 열어 부산 도심 곳곳에 화려한 조명이 들어선다.
그러나 빛 축제는 기본적으로 조명을 중심으로 해 막대한 전력을 소모한다. 중구 빛 축제는 하루 평균 전력 사용량이 614kWh(136.4㎾)에 이른다. 4인 가구 하루 평균이 10~15kWh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큰 규모다. 하루 평균 사용량은 동래구는 167㎾, 서구 360㎾, 부산진구는 무려 441㎾에 달했다. 빛 축제 대부분은 오후 5~6시에 점등해 5~6시간 가량 조명을 켜놓는다.
특히 중구는 지난 25일 광복로에 설치한 빛 조형물들에서 불꽃이 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성탄절이라 모인 대형 인파에 큰 피해가 생길 뻔했다. 불꽃은 배선 문제로 전력이 과도하게 한 곳에 집중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10개 구·군 중 빛 축제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곳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북구가 태양광을 활용하지만, 그마저도 전체 에너지 사용의 20% 수준이다. 빛 축제는 조명을 설치해 놓는 사업이라 짧으면 1개월, 길게는 3개월까지 축제를 진행한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검토하겠다는 곳도 이미 일부 사용 중인 북구를 제외하면 부산진구가 유일했다. 막대한 전력을 수개월 사용하는데도 탄소중립을 위한 고민이 부족한 것이다.
탄소중립 조례까지 갖춘 시의 관심도 부족한 실정이다. 2022년 7월 이미 ‘부산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조례’가 제정됐으나, 지역축제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관련 기준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 관계자는 “각 구·군의 지역축제에 일회용기 사용이 없도록 지원하는 사업 등은 있으나 재생에너지 사용에 관한 시의 지침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이에 최근 부산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내고 재생에너지 사용 기준이 없는 빛 축제가 시의 기후정책과 정면충돌한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에서 “기후위기 대응 기준은 화석연료인지 원전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여부가 핵심 기준”이라며 “우리나라의 전력은 단일 전력망을 통해 공급되기 때문에 축제의 지속가능성은 ‘어디서 생산된 전기인가’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전환을 선택했는가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빛 축제를 담당하는 구·군 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이 어렵다고 말한다. A 구 관계자는 “빛 축제는 단기 사업이라 태양광 등 별도 시설을 갖춰야 하는 재생에너지 사용이 힘들다”며 “빛 축제가 열리는 위치가 발전 설비를 설치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LED 등 에너지 효율이 높은 조명을 최대한 사용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미 네덜란드의 빛 축제인 ‘암스테르담 라이트 페스티벌’은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명시하고 디젤 등 화석 연료 발전기를 금지했다. 주최 측은 단순히 조명을 켜는 축제가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축제를 강조한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노현석 협동사무처장은 “빛 축제는 단기사업지만 사실상 매년 개최되므로 기초자치단체 축제 전반에 관한 친환경 시스템 구축이라는 관점으로 봐야 한다”며 “차기 축제에서는 적어도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