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자치 시행 전… “정부 해결을”
- 市 세외수입 징수율 78% 최저

부산의 강제수용시설이었던 덕성원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하면서 부산시가 부담할 수도 있는 피해배상금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국가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배상할 금액이 최대 3조 원으로 추산(국제신문 지난 12일 자 5면 보도)되면서, 정부와 배상금을 분담할 가능성이 있는 시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24일 덕성원 피해자들이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승소하면서, 정부와 부산시가 피해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배상금이 390억 원까지 인정됐다.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는 총 42명으로, 만약 항소 없이 1심 판결이 확정된다면 정부와 시는 배상금을 분담해야 한다.

문제는 국가폭력 피해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배상금 규모가 커 시가 이를 정부와 분담하면 재정 파탄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이다. 시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국가폭력 등 강제수용시설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형제복지원 159건(843명) 1579억 원 ▷덕성원 3건(44명) 480억 원 ▷영화숙·재생원 4건(18명) 713억 원이다. 이 중 형제복지원 손해배상 소송은 시가 공동피고로 들어간 사건만 따져도 45건(392명)에 628억 원 규모다. 덕성원은 이날 460억 원 소송 1건에서 390억 원이 인정됐기 때문에 금액이 약간 줄지만, 그래도 여전히 수백억 원대다.

특히 형제복지원은 수용됐던 피해자 규모(3만8000명)를 고려하면, 향후 총배상금이 최대 추산 3조 원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정부와 절반씩만 부담해도 시 부담이 1조5000억 원에 이르러 정상적인 재정 운용이 힘들다. 이날 나라살림연구소가 발간한 ‘2024회계연도 세외수입 징수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시 세외수입 징수율은 78%(징수액 1조8852억 원)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다.

난감한 처지에 놓인 시는 정부가 배상금을 모두 부담해달라고 요구한다. 또 사건 대부분은 지방자치제가 시행되기 이전에 발생한 국가폭력 인권침해사건이라 시가 배상 부담을 떠안는 게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아직 법무부와 덕성원 사건 등의 배상금 분담 비율을 정하진 않았다”며 “다만 혹여나 실제로 분담이 이뤄질까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