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안부·市 연계사업도 차질
보건복지부가 2년 넘도록 형제복지원 피해자 지원을 전담할 부서조차 정하지 않아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린다. 복지부가 수수방관하는 사이 피해자들은 온전한 배상은 고사하고 일상에서 각종 불편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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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제복지원 옛모습. 국제신문DB |
보건복지부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지원을 맡을 부서를 정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2022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화위)는 1987년 형제복지원 폐쇄 당시 3000여 명에 이르는 피해자가 강제 수용과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보고, 이들이 국가의 불법행위에 따른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진화위는 정부에 피해자 명예 회복과 피해 구제를 위한 조치를 할 것을 권고했다. 2023년 3월 피해자 회복과 지원 업무를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부산시가 맡기로 정했다. 행정안전부와 부산시는 담당 부서를 정해 피해자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시는 조례를 만들어 피해자로 인정받으면 위로금(500만 원)과 생활안정자금(월 20만 원), 의료비(연간 500만 원) 등을 지원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지원을 미루면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사이에도 형평성 문제가 생겼다. 시의 지원은 조례를 근거로 시 예산으로 이뤄진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로 인정받아도 부산에 거주하지 않으면 시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현재 시로부터 생활안정자금 지원대상 피해자는 424명이지만, 200명 이상은 타 지역에 살아 받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나서 정부 예산으로 시와 같은 지원에 나서면 전국 어디에 살아도 생활안정자금과 신체적·심리적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시 관계자는 “부산에 살지 않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지원 가능 여부와 지원이 왜 불가능한지 묻는 전화가 매달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형제복지원 피해자 회복을 사실상 외면하면서 부산에 사는 피해자와 시도 불편을 겪고 있다. 병원에서 접수와 본인 확인 등에 사용하는 전산망을 쓸 수 없어 의료비 지원을 받아도 병원 진료가 쉽지 않다. 시는 매달 지역에 거주하는 피해자의 주소지 변동 사항을 일일이 확인한 결과를 문서로 만든 뒤 병원에 보내 피해자 확인과 의료비 지원을 하는 처지다. 복지부가 관리하는 전산망을 쓸 수 있게 해주면 인적 사항에 형제복지원 피해자로 등록할 수 있어 피해자 시 병원 모두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게다가 피해자가 홀로 살다 돌아가셨을 때 피해자 단체에 연락해 피해자 모임에서 마지막 길을 배웅할 수도 있다. 시는 보건복지부에 전산망 사용을 요청할 계획이지만 담당 부서가 정해져 있지 않아 협의조차 쉽지 않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보건복지부가 조속히 담당 부서를 정하고 업무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박경보 형제복지원 피해자협의회 대표는 “부서 지정이 어렵다면 복지부 장관이나 간부가 특정 부서를 지정해야 한다. 피해자들이 지원받을 수만 있다면 두 손을 모아 빌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복지부는 부서별로 맡은 업무가 다르고 중첩된 부분이 있어 부서 지정이 늦어졌다고 해명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어디에서 업무를 맡을지 협의하고 있다. 빨리 담당 부서를 정해야 했는데 늦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