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봉 보호구역 2차 발굴조사 구간. 아래쪽 파란 색 네모 구간에서 논과 관개시설이 발견됐다. 김해시 제공

국가사적인 경남 김해 구지봉 보호구역 2차 발굴조사에서 가야 왕성지 최초로 당시 논과 관개수로가 확인되면서 왕성 경관 복원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구지봉 발굴은 종합정비계획의 기초자료 확보, 구지봉과 대성동고분군을 잇는 경관 복원을 위해 2023년 1650㎡ 구역에 대해 1차 발굴조사를 진행한데 이어 올해 7월부터 4150㎡ 구역에 대해 2차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11일 김해시에 따르면 조사 구간 북쪽 3분의 1 구간은 근·현대의 경작, 운동장 조성 시 암반층까지 굴착돼 조선 후기에 흙을 채취한 채토장이 넓게 남아 있고, 북동고(高) 남서저(低)의 지형대로 하층부에는 가야시기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논이 발견됐다. 두 차례 자문회의를 거쳐 이 구간을 중심으로 993㎡ 면적에 대한 층위별 조사가 이뤄졌으며, 그 결과 가야시기 논은 관개시설인 도랑(溝)을 활용해 구획한 논으로 확인됐다. 도랑에서 구획된 논으로 물을 넣고 빼기 위한 시설도 드러났다.

특히 환경복원의 단서가 되는 식물규소체가 1g당 10만 개 이상 검출돼 과학적으로도 논의 존재가 입증됐다. 이는 논 판정 기준인 1g당 3000~5000개의 20배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식물규소체는 식물 세포 내에 형성되는 미세한 규산질(실리카) 입자로, 시간이 지나도 분해되지 않고 토양, 습지, 호수 퇴적물 등에 남아, 과거 식물의 종류와 경작, 고기후 환경 복원 등 고생물학·고고학 연구에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학계는 이번 발굴이 그동안 부진했던 가야 농업생산력 연구의 중요한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수연 시 문화유산과장은 “현장조사가 완료된 후에도 각종 자연과학적 분석 결과와 발굴성과를 토대로 구지봉 일원의 고지형과 고환경, 논을 복원하면 금관가야 왕성의 경관 복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해시는 구지봉 보호구역 2차 발굴조사 현장을 시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구지봉 일대에서 진행된 정밀발굴조사의 주요 성과를 시민과 공유하고 가야시기 생활 흔적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발굴현장은 김해시 구산동 188번지이고, 일정은 오는 11일 오후 2시 30분과 17일 오후 2시 등 두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