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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높이에도 안 오는 호텔 창문…청년이 떨어져 숨졌다

창문 하단 높이·추락방지 시설, 현행법상 주택용 건축물만 적용

  • 백창훈 기자 huni@kookje.co.kr
  •  |   입력 : 2025-12-10 19:36:04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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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여행 왔다가 추락사 참극
- 유족 “사고 반복 않도록 개선을”

입대를 앞두고 부산으로 여행 온 20대 청년이 숙박업소에서 창문으로 추락해 숨졌다. 숙박업소는 주택과 달리 창문 높이와 안전 난간 설치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사각지대에 놓인 가운데 발생한 사고였다. 유족은 가족을 잃는 비극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7월 부산 한 숙박업소 창문을 통해 20대 남성이 추락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해당 숙박업소의 모습. 창대가 성인 골반 높이 정도다. 독자 제공
10일 부산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월 24일 새벽 부산 동구 부산역 인근 호텔 객실 8층에서 A(20대) 씨가 창문을 통해 지상으로 추락해 숨졌다. 다음 날 일행이 객실에서 A 씨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고, A 씨는 창문 밖 저층 테라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입대를 앞두고 아버지 고향인 부산에 놀러 온 A 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며 유족은 슬픔을 감추지 못한다.

유족은 해당 창문 하단(창대) 높이가 바닥에서 80㎝에 불과해 추락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실제 유족 측이 제공한 사진을 보면 해당 객실의 창대는 성인 남자가 서 있을 때 골반 정도 높이에 불과하다. 게다가 추락을 막을 난간이나 안전 바가 설치돼 있지 않고, 객실에는 경고나 주의 문구가 적힌 안내문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숙박시설은 아파트 등 주택단지와 달리 구체적인 창문 높이와 추락방지 시설 설치 규정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축법 시행령을 보면 오피스텔은 거실 바닥으로부터 높이 1.2m 이하에 창문을 낼 때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추락 방지를 위한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이는 주택용 건축물에만 적용되며, 숙박시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 건축법 시행령을 보면 옥상광장 또는 2층 이상의 노대(발코니)에는 높이 1.2m 이상의 난간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의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도 주택단지 안에 난간을 설치할 때 높이가 바닥에서 1.2m 이상으로 설치해야 하고, 철근콘크리트 등의 재료를 사용해 난간이 안전하게 설치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이 역시 숙박시설은 예외로 한다. 이에 A 씨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해당 숙박업소가 건축법 등에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변사로 종결 처리했다.

유족은 가족을 잃는 비극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국민청원을 통해 현행 제도의 공백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유족은 “숙박시설 창문 설치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숙박시설 안전관리 강화법(가칭) 제정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국토부는 숙박시설 등에서 창호를 통해 추락 등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정책을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A 씨 사건이 발생한 지역을 관할하는 구 관계자는 “공동주택과 달리 일반 건축물은 관련 규정이 미비한 것은 사실”이라며 “지자체는 입법권이 없지만,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시민의 안전을 지킬 방안을 마련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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