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사 임금·업체 공사비도 안 줘
- 대표 잡아도 환불받기 어려울듯
부산 북구의 한 운동 시설이 회원에게 알리지 않고 하루아침에 문을 닫아 1000명에 가까운 피해자가 발생했다.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이른바 ‘헬스장 먹튀’가 잇따르지만 마땅한 보호 장치가 없어 피해자는 두 번 운다.
 |
| 부산 북구의 헬스장이 갑작스러운 폐업을 알리자 회원 1000여 명이 수억 원에 가까운 피해를 입게됐다. 사진은 업체가 일방적으로 폐업을 알리는 알림판 모습. 독자 제공 |
국제신문 취재진은 2일 오전 북구 화명동의 A 운동 시설을 찾았다. A 시설은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데다 수영장과 헬스장을 함께 운영해 많은 주민이 이용해 왔다. A 시설 수영장과 헬스장 입구에는 육중한 철문이 닫혀 있었다. 전기도 끊어졌는지 조명도 켜지지 않았다.
A 시설은 지난주까지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굳게 철문이 닫힌 건 불과 3일 전인 지난달 29일이었다. 깜짝 놀라 지난 일요일 급히 시설을 찾은 회원들을 맞이한 건 경영 사정 악화로 문을 닫게 됐다는 알림판 하나가 전부였다. 회원들은 SNS를 통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헬스장 먹튀 피해자 수만 1000명을 넘을 전망이다. 피해액은 수억 원에 이를 수 있다.
A 시설의 일방적인 폐업에 회원들은 그동안 사용하던 수영복 등 운동용품조차 가져나올 수 없어 답답하다. 화가 난 회원들은 지난 1일 야간 북부경찰서 당직실을 찾아가 고소장을 접수했다. 2일에도 고소장 접수 행렬은 이어졌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A 운동 시설에 이상 기류가 흘렀다. 추석을 한 달이나 남겨둔 시점에 특가 형식으로 회원에게 30만~50만 원 상당의 3, 5개월 이용 상품권을 판매했다. 특가 회원권 판매 후 3개월 만에 갑작스레 폐업을 알리자 피해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한다.
피해자 B 씨는 “1년 넘게 운동한 곳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어르신 피해자도 상당한데 호소할 곳이 없다”며 “누군가 시설을 인수하면 기존 회원의 잔여기간을 인정해 주면 좋겠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는 꼭 처벌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시설에서 일하던 수영 강사는 임금을 받지 못했고, 시설 공사 업체 또한 철거비 등을 받지 못했다. 북부서 관계자는 “고소장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효율적인 수사를 위해서는 피해자들이 대표자를 정해 위임장을 전달하면 대표자 조사로 수사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피해자들에게 관련 사항을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북구 또한 이번 사태를 알지만 주민을 보호할 제도가 없어 답답하다. 구 관계자는 “해당 시설은 구에 폐업 신고를 하지 않았다. 관련 법에 따라 폐업 신고를 하려면 폐업하려는 때로부터 2주 전에 회원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사실 관계를 조사한 뒤 법에 따라 과태료 100만 원을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국제신문 취재진은 A 시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응답이 없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도 피해 회복은 쉽지 않다. 시설 대표가 회원에게 피해를 배상할 능력이 없으면 형사 처벌은 가능해도 피해 보전은 어렵다. 지난달 25일 사하구에서도 헬스장 트레이너가 선결제를 유도한 뒤 잠적하는 사건이 있었다. ‘헬스장 먹튀’는 전국에서 발생하지만 피해자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로선 시설을 장기간 등록할 때 비슷한 기간으로 할부 결제를 하는 게 최선이다. 한편 지난해 10월 강유정 국회의원은 체육시설업 범위를 넓히고 3개월 이상 이용료를 미리 받은 사업주가 피해 보증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규정한 체육시설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법안은 상임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