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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서 쓰러진 승객, 승무원은 멀뚱멀뚱…탑승객이 살렸다

제주항공 부산발 제주행 노선…80대 할머니 앉은채 의식 잃어

  • 백창훈 기자 huni@kookje.co.kr
  •  |   입력 : 2025-11-26 19:31:01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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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테랑 간호사·소방관이 CPR
- 승무원 교대 無… 산소공급 안해
- 항공사 “의료진이 낫다고 판단”

부산에서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비행기에 탑승한 간호사와 소방관이 의식을 잃은 노인을 심폐소생술(CPR)로 구한 가운데 항공사의 미흡한 대처가 논란을 빚는다. 항공사 측은 응급 상황에 맞는 조처를 했다며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서 열린 '2025 펌뷸런스 팀 CPR 경연대회'에서 참가한 119안전센터 펌프차 대원들이 경연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동아대병원 김은경(50대) 주임간호사는 26일 국제신문과의 통화에서 “CPR 과정에서 승무원의 교대 요청이 없어 약 5분간 홀로 사투를 벌였다”며 “산소마스크도 지급되지 않아 착륙 때까지 미개하게도 인위적인 기도 확보로 버텼다. 이번과 같은 상황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33년 경력의 베테랑 의료인 김 간호사는 지난 10일 친구와 함께 제주 여행을 위해 제주항공 7C591편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출발한 여객기가 착륙하기 20분 전 김 간호사 앞 좌석에 앉은 할아버지가 옆에 있는 80대 할머니를 흔들어 깨웠으나, 미동이 없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김 간호사는 즉시 할머니 곁으로 가 맥박이 뛰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눈 떠보세요”라며 외쳤다. 대답 대신 의식을 잃어 침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확인한 김 간호사는 할머니를 복도에 눕혀 CPR을 시작했다. 그러나 승무원의 도움은 없었다.

김 간호사는 “승무원의 교대 요청이 없어 가슴 압박 30회를 네 차례 연속 혼자서 했다. 5분가량 걸렸던 것 같다”며 “굉장히 지친 상황 속 ‘이 환자 여기서 죽겠구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는데, 그 순간 ‘은경아, 한 명 더 왔다’는 친구의 외침과 함께 탑승한 남자 소방사가 다가와 교대한 덕분에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심정지 후 골든 타임은 4분이다.

김 간호사는 산소마스크가 지원되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그는 “승무원에게 산소마스크를 달라고 요청했는데, 알아듣지 못했다”며 “답답한 마음에 입 주변에 손바닥을 갖다 대 ‘훅훅’ 소리를 내는 시늉까지 했는데도 구비가 안 된 건지 지급이 안 됐다. 결국 환자는 산소 공급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제주항공 측은 승무원보다 의료진의 CPR이 더 효과가 크다고 판단해 승무원이 굳이 나서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수술실에 메인 의사가 있는데, 굳이 인턴 의사가 들어가 수술을 집도할 필요가 없지 않으냐”며 산소마스크 미지급에 대해서는 “기내에 산소 공급 장비가 준비돼 있으나, 사용하려는 순간에 환자가 의식을 회복한 까닭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승무원은 ▷기장 보고 ▷승객 통제 ▷상황 기록 ▷의료진 페이징 등 응급 상황에 맞는 조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는 항공사 훈련 매뉴얼과 국제 가이드라인(AHA)에 따라 가능하면 2분마다 승무원 또는 의료인, 승객이 교대로 CPR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30년 경력의 전직 조종사 A 씨는 “피로한 상태에서 CPR을 하면 흉부 압박 깊이가 얕아져 생존율이 떨어진다”며 “제주항공 측의 조처는 직무 태만에 해당한다. 국토교통부가 이를 보완하라는 권고 조처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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