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 4억뿐… 연말 장례 못치뤄
- 구·군은 되레 예산축소 움직임
외로움과 가난 속에서 힘겨운 삶을 살았던 이들이 예산 부족 탓에 죽음 앞에서도 초라해진다. 매년 연말이면 공영장례 예산 문제가 반복되지만 부산시와 구·군은 수수방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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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부산 중구 메리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정인호 씨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부산반빈곤센터 제공 |
26일 부산 중구 메리놀병원에서는 특별한 장례식이 열렸다. 지난 일요일 지병으로 숨진 정인호 씨가 가족과 친지와의 짧은 인사를 끝으로 세상과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면 치르는 게 장례지만, 가족이 없거나 가난한 이들에게는 장례식조차 사치다. 어엿한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를 돈이 없어 숨이 멎으면 곧장 화장 처리되기 다반사다. 정 씨도 장례를 치를 엄두를 못 냈다. 뒤늦게 정 씨가 형제복지원 피해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부산시민 공영 장례 조문단이 발 벗고 나섰다.
조문단은 부산시와 여러 곳에 도움을 청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부정적이었다. 다행히 병원 측 도움으로 어렵사리 장례식을 치를 수 있었다.
부산시는 정인호 씨 사례처럼 가족이 없거나 가난 탓에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는 시민이 없도록 2022년부터 공영 장례를 도입했다. 시는 1인당 최대 80만 원을 지원해 6~8시간의 짧은 장례식 치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외형은 갖췄지만 내실이 없다. 무연고 사망자는 2023년 619명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674명에 달해 증가세다. 올해는 11월까지 630명에 이른다. 저소득 사망자는 별도로 집계한 자료조차 없다.
사망자는 늘어나지만 예산은 한정적이다. 시는 올해 4억2000만 원을 편성해 각 구·군에 분배했다. 적은 예산 탓에 해마다 연말이면 공영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데, 구·군은 마냥 시를 바라보고만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서구 동구 사상구 등 9개 구·군은 내년도 예산에서 공영장례 비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나머지 7개 지자체는 아예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부산반빈곤센터 임기헌 활동가는 “살아서도 가난으로 차별당했는데 죽어서도 가난으로 차별받는다”며 “모든 사람의 존엄한 장례식을 위해 도입한 공영장례 제도가 예산 부족으로 온전히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폭력 피해자의 죽음은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인다.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자 모임 대표는 “형제복지원과 영화숙 등 피해자의 장례를 책임져 달라고 오랜 시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례를 만들어서라도 그들의 죽음만큼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