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량 적어 신호등 등 미설치
- 수영·금정 등 곳곳서 사망사고
부산 남구의 한 이면도로에서 유턴하던 차량이 길을 걷던 모녀를 들이받아 7세 여아가 숨지는 참극이 벌어졌다. 사람과 차가 뒤섞이는 이면도로에는 인명과 직결되는 교통사고가 빈번한 데도 신호등과 같은 통행 관리 수단이 없어 안전을 ‘기도’해야 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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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부산 남구 우암동 한 아파트 삼거리에서 SUV 차량이 보행자 모녀와 충돌해 7세 여아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
25일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2시5분 남구 우암동 한 아파트 앞 삼거리 교차로에서 스포티지 SUV(운전자 A·50대)가 유턴하던 중 인근 상가 펜스를 들이받았다. 그 직후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모녀를 충격했다. 이 차량은 360도 가까이 회전한 다음 건너편 아파트 담벼락까지 들이받고서야 멈췄다.
이 사고로 초등학교 1학년 B(7) 양이 외상성 경추손상을 당했다. B 양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져 30분간 CPR을 받았으나 끝내 사망했다. B 양의 어머니 C(30대) 씨는 중상을 당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운전자 A 씨도 경상을 당했다. 차량에 충격된 펜스 또한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사고 당시 모녀는 펜스 끝단, 횡단보도 중간에 서 있었다. 펜스는 가벼운 철제 재질로, 돌진하는 차량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도로는 2차로로 비교적 좁아 유턴이 쉽지 않지만, 법적으로 불가능한 구간은 아니다.
CCTV 상에는 A 씨 차량이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천천히 회전하던 중 모녀와 충격하기 직전 갑자기 속도가 빨라지는 장면이 확인된다. 사고 당시 A 씨는 음주 상태가 아니었다. 경찰은 조만간 A 씨를 소환하는 한편 CCTV 등을 분석해 자세한 사고 경위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면도로는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약해 교통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지난 6일에도 수영구 광안동의 한 이면도로에 들어서던 덤프트럭이 우측의 보행자를 보지 못한 채 들이받으면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8월 28일에는 금정구 부곡동 한 이면도로에서 구서동 방면으로 우회전하던 레미콘 차량이 건널목을 건너던 보행자를 쳐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런 사정이지만 이면도로 대부분에는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거나 중앙선이 없다. 교통량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사고가 난 구간에서도 신호등이 없어 차량이 별도의 유턴 지시를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사고가 난 횡단보도에도 보행자 신호등은 설치되지 않았다. 이면도로 내 교통사고를 집계한 공식 통계는 없지만, 서울시의 경우 2018~2020년 서울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 중 전체도로 연평균 21만8909건 중 이면도로 관련사고가 평균 10만3425건(47.2%)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최진호 교수는 "차량이 우회전이나 유턴을 할 때는 차량 구조 때문에 운전자의 시야에서 보행자가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크게 발생하기 때문에 철저한 전·측방 확인과 법규 준수, 그리고 충분한 서행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특히 이면도로는 설계 특성상 시야 확보가 어려운 구간이 많아 이를 보완하기 위한 교통안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