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김장축제가 열린 장유전통시장. 오전 11시 40분임에도 축제 행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김해시민 제공

경남 김해시 장유전통시장에서 열린 ‘김장축제’가 부실한 운영으로 시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김장 체험이나 볼거리는 전무했고, 경품마저 순식간에 동나며 행사가 약 2시간 만에 조기종료되면서 많은 방문객들이 허탈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해시는 내년에 축제 개선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25일 김해시에 따르면, 지난 23일 장유전통시장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정으로 ‘김장축제시장 잔치한마당’이 개최됐다. 장유전통시장상인회가 주관하고 경상남도와 김해시가 후원한 이 행사는 시장 내 점포에서 물품을 구매하고 받은 스탬프를 3장 모아 룰렛을 돌려 상품을 받는 행사다. 상품은 김장용 배추·무, 김장통이다. 경상남도 잔치한마당 지원사업으로 1000만 원을 지원받아 열리는 축제다.

문제는 이 경품행사가 사실상 축제의 전부였다는 점이다. 김장을 직접 담가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김장김치를 맛보는 부스도, 공연이나 이벤트도 마련되지 않았다. 게다가 오일장과 겹치며 인파가 몰리자 행사는 시작 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조기 종료됐다. 물론 행사 포스터나 전단지에 조기마감될 수 있다는 문구가 있지만 축제의 이름을 단 만큼 경품이 없어도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날 오전 11시 40분께 장유시장을 찾은 한 주민은 “이날 차량이 몰려 힘들게 들어왔는데 행사 부스 하나 없고 음악 소리 하나 안 들려 장소를 잘못 찾은 줄 알았다”며 “김장축제라기에 김장김치를 좀 싼 값에 살 수 있고, 김장체험 같은 행사도 기대했는데 실망이 컸다”고 전했다. 또 “젊은 사람들도 축제라고 많이 왔던데 다들 뭐라고 했겠나. 공연히 전통시장 이미지만 더 나빠지지 않았을까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는 수요 예측 실패와 안일한 운영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예상 인원을 400~500명 정도로 잡았으나, 가족 단위 방문객이 몰리며 물품이 빠르게 소진됐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지난해에도 김장축제를 진행했고 마찬가지로 조기 마감이 됐는데 올해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이다. 결국 오후에 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축제는커녕 철거된 행사장만 보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

‘축제’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콘텐츠도 빈약했다. 김장 체험이나 문화 공연 등 볼거리는 전무했고, 단순히 경품을 뿌리는 ‘룰렛 돌리기’가 전부였다. 시 측은 “장유시장은 공간이 협소해 무대를 설치하거나 문화 행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며 공간적 한계를 토로했다. 거꾸로 말하면 공간도, 콘텐츠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축제’ 간판만 내건 셈이다.

김해시 관계자도 “현장을 지켜보면서 문제점들을 확인했다”면서 “내년 축제가 열리면 문제점들을 개선해 김장축제 다운 행사가 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