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계약 불발, 동아대 소유지 협상
- 구, 행정 절차 제대로 이행 않아
- 10억 불용 처리…구의회, 질타
- 교육청 “매매승낙서 있어야 건립”
부산 사상구가 명문 중고교를 짓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내놨지만 학교를 지을 땅을 못 구해 표류 위기에 빠졌다. 구는 의지만 앞섰을 뿐 정작 학교 건립에 필요한 행정적 뒷받침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비판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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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사상구가 자율형 공립고등학교와 기숙형 중학교 건립을 위해 부산시 교육청과 MOU를 체결할 때 개최한 행사 모습. 사상구청 제공 |
사상구는 자율형 공립고등학교와 기숙형 중학교 건립을 위한 예산 10억 원을 불용 처리했다고 24일 밝혔다. 2023년 9월 사상구는 지역의 낙후된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자율형 공립고등학교와 기숙형 중학교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자율형 공립고등학교는 일반 고등학교와 달리 자체적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다. 학교장은 우수한 교사를 초빙할 권한도 있어 학생과 학부모 선호도가 높다.
계획 발표와 동시에 사상구는 시교육청과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구가 학교 부지 매입비를 내면 시교육청이 학교 설립에 나선다는 내용이었다. 구는 2027년 개교를 목표로 관련 행정 절차가 진행되기 전인 2024년도 본예산에 곧바로 부지 매입비 중 일부인 10억 원을 의욕적으로 편성했다.
사상구는 양해각서 체결 때 박형준 부산시장, 하윤수 부산시교육감, 장제원 의원 등 400명을 초청했다. 떠들썩하게 출발했지만 막상 사업이 시작되자 난관에 부딪혔다. 지난해 엄궁동의 후보지 토지 소유주로부터 매매 승낙서를 받아 시교육청에 제출했지만 토지 소유주가 마음을 바꿔 후속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던 것. 그러자 구는 동아대가 가진 땅을 새로운 부지로 낙점했다. 한 차례 무산을 겪고 미리 예산을 편성해둔 구는 다급했다. 구는 동아대에 토지 매매 승낙서 발급을 요청했다. 매매 승낙서는 땅을 가진 이가 땅을 팔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시하는 문서다. 매매 승낙서가 있어야 시교육청은 학교 건립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사립대학 특성상 교육용 부지를 사고파는 게 쉽지 않다. 매매 승낙서 발급을 위해서는 학교 내부에서 각종 검토와 행정 절차를 밟고 교육부 장관 승인까지 받아야 한다. 동아대는 사업 세부 내용과 구체적인 부지 매입계획을 구가 제출해야 정상적으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상구도 행정 절차가 복잡하고 어려운 점을 안다. 구 관계자는 “동아대는 당장 매도 승낙서까지는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청은 매매 승낙서를 완강히 요구한다”며 “현재 다른 대체 부지를 구하는 건 쉽지 않아 동아대와 계속 협상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구는 사업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내년도 구 본예산에 학교 건립을 위한 사업비는 한 푼도 편성되지 않았다. 동아대와 시교육청은 정상적인 절차 진행을 거듭 강조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사상구는 땅을 사겠다고 하지만 정해진 문서로 의사를 밝혀야 한다. 매매 승낙서가 있어야 교육청은 학교 건립을 위한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상구의회는 무리한 사업 진행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정욱 구의원은 “학교가 들어서려면 각종 절차부터 밟아야 한다. 절차를 끝낸 뒤 부지를 사는 데 필요한 예산을 편성해도 늦지 않다. 구는 부지 매입에 90억 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하나 제대로 된 감정 보고서도 없는 실정이다”며 “사상구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10억 원이라는 큰돈을 2년씩이나 묶어둬 정작 주민에게 필요한 사업을 못 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