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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참전기념거리' 기둥 들어선 유엔로 일대 가보니…상징성은 온데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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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1시 부산 남구 ‘UN참전기념거리’. 정식 도로명 또한 ‘유엔로’인 이 길의 초입을 알리는 표지 기둥 옆에는 타이어가 잔뜩 쌓였다. 타이어 교체 손님을 맞이하는 깃발도 들어섰다. ‘유엔’과는 다소 동떨어진 듯한 타이어들을 뒤로하고 길을 따라 좀 더 걸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국밥 식당이나 경로당, 또 다른 차량 정비 회사 정도였다. 이들 건물 뒤편으론 키 작은 빌라나 맨션이 늘어섰다. 길 건너 유엔기념공원이나 유엔군참전기념탑이 없었다면 왜 이곳이 유엔군 참전을 기리는 공간인지 알기 어려워 보였다. 거리를 지나는 시민도 드문드문해 한산한 느낌을 줬다.

일대는 2016년부터 기념거리로 조성됐다. 유엔기념공원을 중심으로 부산박물관과 부산문화회관, 유엔평화기념관 등과 연계해 역사적 상징과 의미를 부여하려 했다. 주변시설과 묶어 역사·문화·관광벨트를 조성해 낙후한 인근 지역을 정비하려는 목적도 컸다.

그 결과, 각각의 관(館)끼리 연결되는 도보는 갖추게 됐다. 부산박물관과 유엔기념공원 사이에는 평화의 메시지를 지닌 여러 조형물도 생겨났다. 그러나 이들 공간과 도로 하나를 두고 떨어진 맞은편 이 거리에서 각종 조형물들은 박물관의 담장과 나무들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다.

애초 유엔참전기념거리는 ▷유엔거리 ▷평화거리 ▷추모거리로 조성될 계획이었다. 그러다 2015년 분권교부세 폐지 여파로 현충시설 국비 지원이 끊겼다. 이 때문에 ‘UN참전기념거리’ 표지 기둥이 들어선 ‘유엔거리’는 조성 계획이 상당수 철회됐다. 나머지 거리의 조성 계획은 부산시가 추진한 ‘유엔메모리얼파크’ 조성 사업에 대거 얹어졌다. 관끼리 연결되는 도보를 만든 그 사업이다.

결국 유엔거리에 해당하는 구간에는 ‘유엔로’란 새 도로명을 부여한 것 외에는 별다른 변화를 줄 수 없었다. 이 길은 일대 교통의 중심으로 유엔사거리와 대천사거리를 잇는 약 800m의 직선길이다. ‘메인 스트리트’에 해당하는 셈인데도 유엔의 상징성을 느끼기에 가장 떨어지는 공간이 됐다.

유엔기념공원 일대 경관지구 해제 추진을 계기로 유엔거리 등을 재차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공원 내 묘역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목적으로 일대는 경관지구로 50년가량 묶여있었다. 이에 따라 경관지구에 들어선 건물들은 최대 높이가 12m로 제한돼왔다. 시는 유엔기념공원 관리자인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위원회(CUNMCK)의 동의를 얻어 높이 제한을 24m, 34m으로 완화하려 한다.

실제로 유엔의 상징성을 살려 일대에 활기를 넣으려는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유엔밸리 프로젝트 추진위원회’다. 유엔로 등을 각국 문화원으로 채우는 ‘문화원 거리’ 사업을 추진하는 단체다. 정덕민(인도 명예총영사) 추진위원장을 비롯해 조현 외교부 장관(전 UN대사), 정의화 전 국회의장, 설동근 전 부산시교육감,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등이 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다.

위원회는 문화원들을 통해 세계 각국의 음식이나 특징적 문화를 현지 스타일로 즐기거나, 세계 무대로 나아가려는 청년 스타트업을 위한 ‘예비 외교’ 공간을 꾸리는 등 참전국들의 문화를 이 지역에 집적한다면 민간 대규모 재개발 없이도 인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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