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특성상 수사·기소 오래 걸려
- 사망으로 결국 공소권 없음 처리
부산 한 식품업체의 지적 장애인 직원을 수년 동안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장장(국제신문 지난 6월 24일 자 8면 보도)이 판결 선고 당일 숨져 혐의의 실체에 대한 법적 판단이 영영 내려질 수 없게 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장애인중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식품업체 공장장 A(70대) 씨가 선고기일 당일 오전 사망했다. 지난해 9월 재판에 부쳐진 A 씨는 공판 절차가 시작된 지 약 1년 2개월 만인 지난 14일 판결을 받아들 예정이었다. 고령이었던 A 씨는 지병을 앓았다고 알려졌다.
A 씨는 2017년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 9차례에 걸쳐 여직원 B(40대) 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지적 능력이 7세 수준인 B 씨는 아버지가 중병에 걸리자 자립을 위해 공장에 취직했다. 공소사실에는 이곳 공장장이었던 A 씨가 본인 집이나 모텔 등에서 B 씨와 강제로 성관계를 맺고, 이를 촬영하기도 했다고 적혔다. 일을 못 한다며 때리기도 했다.
재판이 벌어지는 동안 검찰과 A 씨 측은 공방을 벌여왔다. 검찰은 B 씨가 지적 장애인이라 저항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A 씨가 성적 학대 등을 벌였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B 씨는 A 씨가 장애인인줄 몰랐다고 변론했다. 또 성관계는 합의된 것이었으며, 검찰 수사가 편파적으로 진행됐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들을 수 없게 됐다. 재판 도중 피고인이 사망하면 공소 기각 결정이 내려진다. ‘공소권 없음’, 즉 사망한 사람은 기소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판결 선고도 없다. 사안의 실체와 죄질 등을 재판부가 판단하지 않은 채 소송이 끝나게 된다. 검찰은 장애인 사건의 특성으로 인해 수사와 기소에 오랜 시간을 들였었다.
검찰이 수사 중이던 A 씨의 준사기 혐의 사건도 종결된다. A 씨는 B 씨가 빚을 지도록 만든 뒤 이 돈을 가로채 자신이 필요로 한 물품 등을 구매한 혐의로 조사받고 있었다. B 씨 측 소송대리인은 “이 사건의 결과에 따라 채무 변제 관련 소송을 준비할 계획이었으나 공소권 없음 상태가 돼 실행할 수 없는 사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