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설명회 악취·미관 민원 파행
- 강경 반대여론에 부지 변경 검토
- 기존 500억 예산서 추가 불가피

비만 오면 상습 침수되는 부산 온천천 카페거리 일대에 배수펌프장을 설치하는 사업을 두고 일대 주민 반발이 격화(국제신문 지난 7월 1일 자 6면 보도)하자, 동래구가 사업 부지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부지가 바뀌면 추가 예산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일각에선 혐오시설을 기피하는 주민의 집단여론에 구가 사실상 손을 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집중 호우로 부산 동래구 온천천 카페거리 일대가 침수된 현장. 동래구 제공

부산 동래구는 최근 ‘안락·서원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의 예정지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온천천 카페거리 인근 주택가인 예정지에 사업을 그대로 추진하기에는 주민 수용성이 부족하다고 판단, 대체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약 497억 원(기존 매입한 부지 비용 제외)이 투입되는 정비사업은 배출용량 1분당 120ｔ 규모 펌프장 설치와 일대 관로 증설 및 정비가 골자다. 2023년부터 추진된 사업으로 내년 착공, 2027년 준공이 목표다. 현재 기본 및 실시설계 단계다.

앞서 구는 지난 6월 사업 관련 주민 의견 청취를 위한 설명회를 열었다. 그러나 참석 주민이 악취와 미관 등을 이유로 크게 반발하며 설명회 도중 퇴장해 결국 파행됐다. 이에 구는 추가 설명회와 홍보 등을 통해 주민에게 사업을 다시 안내하고 설득할 계획이었다. 애초 구는 온천천 내부에 펌프장 설치를 추진했으나, 행정안전부 심의에서 하천 단면 축소로 침수 유발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예정지를 옮긴 바 있다. 이미 한 차례 부지를 바꿨던 사업인데 반대 여론이 강경하자 또 부지 변경을 검토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부지가 바뀌면 추가 예산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기존 예정지는 2000㎡ 규모로 구가 수년 전 60억 원가량에 매입해 주차장으로 쓰고 있다. 지금은 온천천 까페거리로 방문객이 많은 명소인 만큼 땅값이 더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구는 기존 부지와 떨어진 곳의 사유지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대체 부지가 하천에서 멀어질수록 관로 연장 등에 따른 사업비 증가도 우려된다.

일각에선 혐오 시설을 반대하는 주민 반발 여론에 행정이 사실상 손을 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안락·서원지구는 2014년과 2020년 등 온천천 범람으로 침수 피해를 겪은 뒤 2022년 5월 침수위험지구로 지정, 집중호우 대비가 시급한 지역인 만큼 배수펌프장 설치가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 관계자는 “사업 부지 변경을 검토 중이기 때문에 대체 후보지와 추가 예산 여부 등은 현재로선 알기 어렵다”며 “내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주민 수용성 확보가 가능하도록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