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카드뉴스] "독재 타도, 유신 철폐!" 그날의 함성이 남긴 것

46년 전, 거리로 나선 청춘들... 지금 우리는 그 용기를 기억하고 있을까

  • 박효빈 인턴기자
  •  |   입력 : 2025-10-15 18:49:27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독재 타도! 유신 철폐!” 짧고 단호한 외침이 캠퍼스를 깨웠다.

1979년 10월 16일 오전. “청년 학도여, 지금 너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2학년 정광민 씨가 유신헌법 철폐와 박정희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유인물을 뿌리며 시위의 불씨를 댕겼다. 도서관을 지나 운동장을 돌 무렵, 행렬에 선 학생 수는 수백에서 수천으로 늘었다. 그날의 장면은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이 만든 ‘부마아카이브(Buma Archives)’에 생생히 담겼다. 아카이브에 보존된 한 학생의 일기는 당시 긴박했던 현장을 이렇게 기록한다.

‘모두 떨고 있었지만,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누가 먼저였는지도 모르게 교문을 향해 달렸다. 독재 타도! 유신 철폐! 구호가 우렁차게 이어졌다. 이 움직임이 결코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 너무나 오랫동안 억눌린 울분이기에…’.

부산대에서 시작된 외침은 곧 도시 전체를 저항의 함성으로 덮었다. 학생들의 행렬은 남포동과 서면으로 이어졌고, 퇴근길 시민이 합세하며 마침내 민주화의 불길이 치솟았다. 다음 날 파출소와 경찰서, 도청이 공격당하는 등 항쟁은 더 격렬해졌다. 사흘째 시위는 경남 마산과 창원으로까지 확산했다.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병력을 투입했지만, 항쟁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그날, 시위에 참여했던 시민은 이렇게 회고했다. “젊은 학생들이 거리로 나선 순간, 우리 모두의 두려움이 희망으로 바뀌었다.”

항쟁이 시작된 지 열흘 뒤인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되며 유신 체제는 종말을 맞았다. 비록 부마민주항쟁은 며칠 만에 진압됐지만, 두려움을 이겨낸 시민의 함성은 민주화의 역사를 새로 썼다.

부마민주항쟁은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과 함께 한국 현대사 4대 민주화운동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 세월 그 의미가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 그러다 40주년을 맞은 2019년, 항쟁일인 10월 16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며 위상을 찾았다.

46년이 흐른 지금, 같은 교정을 걷는 청년에게 부마민주항쟁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한 부산대 학생은 “부마민주항쟁이 멀게만 느껴졌는데, 우리 학교에서 시작됐다는 걸 알고 나니 자유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요즘 세대의 저항은 꼭 거리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온라인에서 목소리를 내고, 사회 문제를 공유하며 연대하는 것도 또 다른 형태의 저항”이라고 했다.

1979년 10월 16일, 그들은 왜 책상 앞이 아닌 거리로 나섰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유신 독재에 신음하는 이웃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어서다. 분노와 부끄러움, 그리고 시대를 향한 책임감이 학생들을 교문 밖으로 이끌었다.

부산대 교정 한편에는 ‘부마민주항쟁기념비’와 ‘10·16기념관’이 있다. 온라인의 부마아카이브에 더해 이 공간들은 단지 과거의 흔적을 담은 곳이 아니다. 현재를 향해 말을 거는 ‘깨어 있음’의 상징이다. 2025년 부산대 학생들은 46년 전 그날의 함성이 스민 교정을 걷는다. 민주화를 갈망한 선배들의 발자국 위에 발걸음을 겹친다. 선배들의 결연한 외침을 듣는다.

부마민주항쟁은 오는 16일 46주년을 맞는다. 새로운 전환을 준비한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은 지난 13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항쟁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해 달라고 요청했다. 항쟁일을 국가기념일로 만든 시민 염원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해야 할 시점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항 인근에 머물고 있는 ‘부캉이’ 이모티콘도 나왔다
  2. 2올해 임시·일용근로자 31년來 최소…40세 이상에 감소 집중
  3. 3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26일 아침까지 이어져
  4. 4[부음]권영적(향년 90세) 부산시의회 (전)의장 별세
  5. 5[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6. 6창원 휴대전화 부품업체서 40대, 낙하물 맞아 숨져
  7. 7경기 안성 저수지 낚시터서 초등학생 물에 빠져 숨져
  8. 8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9. 9HD현대중공업 기본급 12만 원 인상 골자 올해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마련
  10. 10부산에서 광저우·샤먼으로 가는 직항 하늘길 처음 열렸다
  1. 1[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2. 2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3. 3김정은, 중국 6·25참전기념관서 “조중친선 영원히 계승”
  4. 4‘YS 오른팔’ 故최형우 빈소 조문한 김민석 “여야 넘어 성찰”
  5. 5울산 동구의회 의원 내년 월정수당 15% 인상
  6. 6[2026 국감 브리핑] 정동만 “부산에 금융·해양 공공기관 집중 배치해야”
  7. 7[2026 국감 브리핑] 이헌승 “재생에너지 확대로 기후환경 전기요금 반영 억눌러”
  8. 8[속보] 김정은, 중대장대회 지도.. "군사 혁명 다그치자는 것"
  9. 9[속보]통일부 “김정은 방중…오늘 신압록대교 통해 단둥 도착” 사망설 일축
  10. 10국힘 "與 신천지 개입설, 그토록 좋아하는 특검으로 밝히자"
  1. 1올해 임시·일용근로자 31년來 최소…40세 이상에 감소 집중
  2. 2부산에서 광저우·샤먼으로 가는 직항 하늘길 처음 열렸다
  3. 3‘책임경영 선언’ 정용진 이마트 대표 내정…신규임원 역대 최대
  4. 4'삼성고시' 24~25일 실시, 신입사원 연말 최종 선발
  5. 5SK하이닉스, 솔리다임 상장 중단…중복상장 논란에 주주 반발
  6. 6롯데 6개 계열사, 베트남 현지인력 채용 나선다
  7. 7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27일 재심의…승인 여부 촉각
  8. 8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7.8원… 전주보다 0.5원 ↓
  9. 9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10. 10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1. 1부산항 인근에 머물고 있는 ‘부캉이’ 이모티콘도 나왔다
  2. 2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26일 아침까지 이어져
  3. 3창원 휴대전화 부품업체서 40대, 낙하물 맞아 숨져
  4. 4경기 안성 저수지 낚시터서 초등학생 물에 빠져 숨져
  5. 5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6. 6HD현대중공업 기본급 12만 원 인상 골자 올해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마련
  7. 7[속보] 236명 탑승한 제주행 항공기서 비행 중 보조배터리 연기
  8. 8중학생이 소화기로 진화 시도…부산 스터디카페서 불
  9. 9입 헹굴 물 안줬다고…대법 “음주측정결과 증거로 못써”
  10. 10스토킹 피해 신고 여성, 또 가해자에 살해…40대 남성 체포
  1. 1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2. 2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3. 3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4. 4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5. 5‘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6. 6‘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7. 7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8. 8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9. 9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10. 10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우리은행
난치병 환우에 새 생명을
57년 평생 심한 말더듬에 고통…소통 연결고리 이어주길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거제 양대 조선소와 상생 협의…남부내륙철도에 행정력 집중”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