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등 미성년자가 복용해서는 안 되는 의약품이 최근 5년간 13만 건가량 처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의약품 안전관리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미성년자에게 투여가 금지된 약물의 처방 건수는 12만9228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0년 1만1128건, 2021년 1만178건, 2022년 1만401건, 2023년 6820건, 2024년 7만1234건이었다. 올해 1~8월에는 1만9467건이 처방됐다. 지난해 수치는 2020년에 비해 6배 이상 늘었다.

현재 만 19세 미만 금기 의약품은 22종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11종이 의료기관에서 의사 처방을 통해 청구된 것으로 드러났다. 항균제 레보플록사신이 9만7338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수면제 트리아졸람 2만913건, 발기부전 치료제 실데나필 5116건, 항우울제 노르트립틸린 2034건 등의 순이었다. 이밖에 마약성 진통제 부토르파놀(203건), 골다공증 치료제 이반드로네이트(8건) 등도 포함됐다 .

특히 레보플록사신은 지난 2023년 12월 보건복지부 고시를 통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등 기존 항생제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소아’에 한해 급여가 예외적으로 인정되면서 처방이 급증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여전히 이 약물을 ‘연령 금기 의약품’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또 트리아졸람은 다른 수면제인 졸피뎀보다 의존성과 인지장애 위험이 높아 18세 미만 사용이 금지돼 있다. 비아그라 성분이 들어 있는 실데나필도 심혈관계 부작용 위험이 커 소아에게는 투여가 허용되지 않는다.

최 의원은 “의사의 처방권은 최대한 존중돼야 하지만 그와 별개로 행정당국의 안전관리 체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문제”라며 “식품의약안전처는 금기 약품 처방을 사전에 차단·경고하는 기능을 강화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처방해서는 안 되는 약품’의 급여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