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10 총선 당시 부산 수영에 출마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장예찬 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는 피선거권 제한에 해당하는 형을 받았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장예찬 씨가 17일 부산고법 형사2부(박운삼 부장판사) 심리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부산법원종합청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신심범 기자

부산고법 형사2부(박운삼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장 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을 깨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와 함께 기소된 선거사무장 A 씨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장 씨는 지난해 총선 때 학력을 허위로 기재하곤 선거관리위원회 등을 통해 공표되도록 만들고,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해 공표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사건 쟁점이었던 허위 학력 기재와 여론조사 결과 왜곡 모두에서 장 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장 씨는 선거 당시 자신의 학력을 ‘2008년 9월부터 2009년 8월까지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국립음악대학교 음악학사과정 중퇴’로 밝혔다. 마스트리흐트 국립음대는 장 씨가 중퇴한 2008년 8월 무렵 주이드 응용과학대학 소속 학부로 편입된 상태라, 공직선거법상 주이드 응용과학대학교를 기재해야 했어야 한다는 게 검찰 등의 판단이었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현행법상 국내 정규학력은 ‘학교명’을 기재해야 하지만, 외국 학력의 경우 정규학력에 준하는 ‘교육과정’을 쓰도록 돼있다고 지적했다. 문헌상 외국 학력은 학교명 기재 의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표기한 교육과정이 부적절한 것은 분명하지만 허위라고까지 볼 순 없다”며 “고의 부분에 관해서 보면 피고인이 중퇴한 학교가 평생대학원 격이 아니라 학사 또는 석사과정의 정규대학이란 점을 표기하는 데 중점을 둔 듯 보인다. 굳이 ‘주이드 응용과학대학교’를 일부러 생략해 이익을 누리려 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그러한 점의 증거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결과 공표 또한 부적절하지만 왜곡 수준까진 아니라고 판단했다. 장 씨는 지난해 4월 한 여론조사에서 ‘투표 여부와 관계 없이 누가 당선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국민의힘 정연욱 후보 33.8%, 더불어민주당 유동철 후보 33.5%, 무소속 장 후보 27.2%를 기록했다. 그런데 장 씨는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 가능성’ 질문의 응답률 86.7%를 인용, ‘장예찬 당선 가능성 여론조사 1위’라고 적힌 문자 12만4000여 건을 발송했다.

재판부는 “당선 가능성 여론조사 1위란 문구만 보면 여론조사에서 1등하고 있다고 읽힐 여지 있고, 부적절한 것이 분명하다”면서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그것이 당선 가능성을 표기한 것이 아니란 걸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당시 표기된 수치엔 유동철 후보가 79.3%, 정연욱 후보가 82.2%, 장 씨가 86.7%로 기재됐다. 단순 당선 가능성이라면 그 합이 100%여야 하지만, 수치는 이를 넘어섰다. 즉 주의를 기울여 문자를 읽었다면 이 수치가 당선 가능성을 표기한 것이 아니란 걸 유권자가 알 수 있다는 취지다. 또 문자 아래에 적힌 문구에도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점이 표기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조사 결과를 왜곡했다고까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재판부는 전했다.

1심에서 장 씨는 벌금 150만 원 형에 처해졌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5년간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는데, 항소심을 통해 구사일생한 셈이다.

판결을 두고 장 씨는 “제 개인의 명예도 중요하지만, 저희 학교를 나온 많은 동문들이 ‘마스트리히트 국립음대’라는 표기를 다 쓰고 있다. 저희 학교 동문들의 명예에 누를 끼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기쁘고 감사하다”며 “(외국은) 우리나라 대학 제도와 다른 부분이 많은데 그런 부분을 일률적으로 재단하지 않고 실정에 맞게, 사회 통념에 맞게 판단해 주신 데 대해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