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고수온에 먹잇감 급감…낙동강 대표 철새 2009년 7135→올해 11마리

낙동강 하구 0.9℃의 경고 <1> 쇠제비갈매기 실종사건

  • 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r
  •  |   입력 : 2025-09-01 19:39:02
  •  |   본지 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낙동강 하구 신자도·도요등서
- 4~6월 쇠제비갈매기 개체 조사
- 2009년 이후 매년 급격히 감소

- 천적 너구리 늘고 ‘젖은 땅’ 증가
- 해수온 올라 주요 먹이 멸치 급감
- ‘약한고리’부터 습격한 기후변화

한여름 같은 뙤약볕이 눈을 찔렀다. 지난 5월 21일 오전 낙동강 하구 신자도, 한때 동양 최대 쇠제비갈매기 번식지. 적막하기 그지없다. 쇠제비갈매기 새끼(유조)와 알로 가득했을 모래밭은 텅 비었다. 새끼에게 줄 먹이를 구하려 분주히 오가던 부모 새의 흔적도 찾을 수 없다.

3년 만에 이곳을 둘러본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이원호 박사는 “복원 사업을 하던 2022년 이후 쇠제비갈매기가 이렇게 급격히 사라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며 “알을 낳았다는 번식 흔적조차 못 찾아 더 심각하다. 올해가 마지막 생태 모니터링일 수 있겠다는 우려가 들 정도다”고 말했다.
지난 4월 7일 부산 낙동강 하구 도요등에서 국제신문 취재팀이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연구자들과 함께 쇠제비갈매기 번식지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텅 빈 고향에 한숨만

국제신문은 지난 4~6월 낙동강하구에코센터와 함께 하구 연안사주인 도요등·신자도에서 쇠제비갈매기 서식지를 샅샅이 조사했다. 석 달간 눈을 부릅떠도, 확인된 성체는 고작 11마리. 새끼와 알은 전혀 찾지 못했다. 2009년 낙동강 하구 생태계 모니터링 때 7135마리를 발견한 것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다.

쇠제비갈매기는 낙동강 하구 기수역의 독특한 자연환경을 설명하는 대표적 여름 철새다. 매년 4~8월 우리나라에서 번식하고 겨울엔 동남아 호주 뉴기니섬 등 따뜻한 곳에서 지낸다. 우리나라를 찾는 제비갈매기류 중 크기가 가장 작고, 낙동강 하구와 아산만 시화호 안동호(인공섬) 등 일부 지역에서만 관찰된다. 낙동강 하구에서도 인간의 교란이 적은 신자도와 도요등에서만 번식한다.

쇠제비갈매기는 해안사구 감소와 강 준설 등 개발 탓에 전 세계적으로 개체군이 줄어드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2022년 쇠제비갈매기를 멸종 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하고, 국가 적색 목록 평가 취약(VU) 등급에 올렸다. 이는 야생에서 높은 절멸 위기에 직면했다는 의미다.

이날 도요등과 신자도를 둘러본 생태 연구원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고배율 망원경으로 하늘을 꼼꼼히 살피고 섬 일대를 누볐지만, 가뭄에 콩 나듯 한두 마리 찾는 게 전부였다. 한울자연생태연구소 백승호 연구원은 “3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땐 모래밭에 새끼 새와 알이 너무 많아 밟을까 봐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하늘엔 부모 새가 침입을 경계하는 울음소리를 내며 날아다녀 혼이 쏙 빠질 지경이었다”며 “이렇게 짧은 시간에 상황이 확 달라져 속상하다”고 했다.
■치열한 생존경쟁서 낙오

생태 전문가들은 쇠제비갈매기가 사라진 이유로 먹이 부족을 꼽는다. 이날 한울생태연구소 연구원들이 2시간가량 방수 작업복을 입고 낙동강에 그물을 연신 던졌지만, 소형 어종 서너 마리를 잡는 데 그쳤다. 낙동강 하구 생태계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쇠제비갈매기 개체수는 2009년 7135마리로 정점을 찍고, 2012년 4437마리에서 2013년 643마리로 1년 새 85% 급감했다.

비슷한 시기 쇠제비갈매기의 주요 먹이인 멸치도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통계청 조사에서 멸치 어획량은 2011년 4만8837t에 달했지만, 1년 뒤인 2012년 1만5078t으로 69% 감소했다. 멸치 급감의 주원인으로 해수온 상승이 지목된다. 해수온이 1도 상승하면 해양 생태계는 육상에서 10도가 오른 수준의 타격을 입는다고 알려졌다. 이 박사는 “어린 물고기가 적정 온도에서 성장하지 못해 폐사율이 높아진 것이 전체 어획량 감소로 이어진 듯하다”며 “기후 위기로 먹이 경쟁이 치열해졌고 쇠제비갈매기가 직격타를 맞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지어 쇠제비갈매기의 ‘지상 낙원’이었던 신자도·도요등은 천적인 너구리와 시궁쥐가 차지했다. 이날 섬에는 너구리로 추정되는 발자국이 곳곳에 널렸다. 백 연구원은 “크기가 다른 발자국이 여럿 눈에 띄는 걸로 볼 때 너구리가 새끼까지 섬에서 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여기에 더해 섬에 파도가 덮쳐 젖는 모래땅 면적이 과거보다 넓어져 쇠제비갈매기 서식 환경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약한 고리 끊는 기후 위기

기후 위기는 생태계의 가장 약한 고리부터 망가뜨린다. 낙동강 하구 쇠제비갈매기가 그렇다. 척박한 섬에서 번식한다는 것 자체가 생존경쟁에서 밀렸다는 의미다. 쇠제비갈매기는 천적을 피하기 쉬운 대신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곳에서 번식하기 때문에 장시간 비행해야 하고, 알은 모래 열로 품는다. 그마저도 파도에 휩쓸려 가니 이례적으로 한 해 3번까지 번식할 수 있게 진화했다.

기후 위기로 쇠제비갈매기는 척박했던 고향마저 잃었다. 이 박사는 “쇠제비갈매기라는 한 종의 소멸이 지금 당장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처럼 여겨질지 모른다”며 “그러나 우리는 보이지 않는 생태계 그물로 연결돼 있다. 기후 위기의 미약한 징후를 지금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몫”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랙티브 페이지 ‘낙동강 하구 0.9℃의 경고’(little-tern.kookje.co.kr)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제작지원 : BNK금융그룹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7. 7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10. 10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 1[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2. 2‘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3. 3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4. 4[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5. 5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6. 6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7. 7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8. 8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9. 9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4. 4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5. 5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6. 6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7. 7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8. 8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9. 9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10. 10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4. 4‘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5. 5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6. 6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7. 7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8. 8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9. 9“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0. 10[속보] 북항 상어 ‘부캉이’ 2차 구조작전 진행 중…수로에 그물 설치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9. 9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우리은행
준비 안 된 '경찰시대'
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교통취약지 ‘버스형 콜택시’ 도입, 울주 전역 도시가스 공급도 추진”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