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교육청 전경. 국제신문 DB

부산시교육청이 과거 성희롱을 저질러 징계를 받은 교사를 성고충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장으로 발령했다가 논란이 일자 해당 인사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교사노동조합은 시교육청 조직의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을 뿌리 뽑고, 성비위 징계 이력이 있는 자의 관련 직무 배제 원칙을 제도화하라고 촉구했다.

21일 부산시교육청과 부산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다음 달 1일자로 교육전문직원 A 씨를 성고충 업무를 담당하는 본청 부서장으로 발령했다. 문제는 A 씨가 부산의 한 학교장으로 재잭하던 2023년 5월 술자리에서 여교사를 대상으로 성희롱을 저지른 전적이 있다는 점이다. A 씨는 이와 관련 시교육청으로부터 1개월 정직(중징계) 처분을 받았으나, 불복해 교육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감봉(경징계) 처분을 받았다. 성희롱 가해자가 역설적으로 성고충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의 수장이 된 셈이다.

이번 인사 조치에 대해 피해교사가 우려를 나타내는 의견을 전했음에도 시교육청은 A 씨의 업무분장을 조정하겠다고 대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희롱 건으로 다른 학교장으로 전보된 A 씨는 이후에도 갑질과 인격모독성 발언으로 문제를 일으켰고, 해당 학교 교직원들이 이번 인사 발령에 대한 규탄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부산교사노조는 시교육청 조직의 처참한 성인지감수성을 드러내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부산교사노조는 “성비위 가해자가 여전히 관리자 지위를 유지한 채 중책을 맡는 현실은 시교육청 인사의 안일함과 무능함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어렵게 피해 사실이 인정돼 가해자에게 징계가 내려져도 대부분 보여주기식으로 사건이 마무리된다. 이러한 관행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 갑질과 성폭력은 근절되지 않고, 신고해봐야 근무에 보복을 당할 뿐이라는 인식만 뿌리 깊어진다”고 지적했다.

김석준 교육감이 이번 인사를 두고 “현장 중심의 지원과 신뢰 회복을 목표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배치했다”고 강조했으나, 오히려 원칙과는 정반대되는 조치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어 “피해교사와 동료 교직원이 2차 가해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위험이 있다. 성고충 처리의 공정성과 조직 신뢰를 근본부터 무너뜨렸다”며 “시교육청에서 인사와 행정을 다루는 장학관 장학사 등 대부분이 교장으로 오가는 구조 속에 관리자들끼리 ‘제 식구 감싸기’ 폐단이 굳어졌다”고 꼬집었다.

김한나 부산교사노조 위원장은 “시교육청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인사 오류가 아닌, 교육행정의 구조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며 “관리자 인사 검토 과정 전반을 재정비하고, 성비위 징계·확정 이력이 있는 자의 성고충 관련 직무 배제 원칙을 제도화하는 등 실질적인 재발 방지책을 내놔야 한다. 피해교사와 교육공동체에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부산지역 교육계에서 논란이 확산하자 시교육청은 A 씨의 인사 발령을 철회하고 다른 교육전문직으로 정정하기로 했다. 시교육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번 인사가 미흡했던 점을 인정한다. A 씨에 대한 기존 인사 발령을 취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