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檢, 현직경찰 다수 기소 저울질

경찰관에게 뇌물을 주고 사건을 수임한 혐의로 부산지역 유력 변호사를 구속한 검찰(국제신문 지난 8일 자 온라인 보도 등)이 다수의 현직 경찰관을 상대로 칼끝을 드리우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변호사는 자신이 속한 법무법인에서 불법 사무장으로 일한 해직 경찰관이 복직한 뒤 사건 조회 업무를 시켜 급여를 줘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거제동 법조타운 변호사 사무실들. 국제신문 DB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검은 구속된 변호사 A 씨 외에 소속 법무법인의 사무국장 B 씨와 부산 현직 경찰관 다수의 기소를 저울질한다. B 씨는 경찰 출신으로, 현직 경찰관 여럿과 친분을 가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발단 또한 B 씨로, 그가 현직 경찰에게서 얻어온 사건의 피의자가 예상 외의 나쁜 수사 결과를 받게 되면서 검찰에 투서가 들어갔다. ‘B 씨가 사적 인연을 표방해 사건을 수임했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B 씨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를 통해 A 씨에게서 뇌물을 수수한 경찰관 C 씨(사망)를 파악했다. 검찰은 C 씨가 불미스러운 일로 2019년 7월 해임된 전후에 A 씨 법무법인에서 정식 직원 등록 없이 사무장으로 일하며 급여를 받은 점에 주목했다. 경찰공무원은 해임 시 3년간 법원 사무직원 등으로 취직할 수 없다.

C 씨는 A 씨에게 자신의 재판을 맡기며 연을 만든 뒤 생계를 위해 그의 사무장이 됐다. 2022년 5월엔 경찰 복직이 확정되면서 사무장 일을 그만두려 했으나 A 씨가 그를 붙잡았다고 알려졌다. 복직 뒤 C 씨는 비번일 등 근무가 없는 날 경찰서에 출근해 사건의 진척 등을 알아보는 ‘조회 업무’ 등을 맡았다. 그 대가로 A 씨에게서 급여를 받았다. 검찰은 A 씨가 C 씨에게 건넨 금액이 총 2000만~30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했다.

현직 경찰관 중 이번 사건에 연루된 대부분은 B, C 씨와 관계됐다. 이들이 C 씨 등을 통해 정보를 건넨 사건 중엔 자신이 수사 중인 사건 등 비교적 죄질이 중한 사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는 A 씨를 포함해 5명 정도가 재판에 부쳐질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기소 여부는 A 씨 구속 기한인 13일 내로 결정될 전망이다. 이들 사정에 밝은 한 법조인은 “C 씨 등은 무혐의가 나올 만한 사건을 골라 A 씨 등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 씨는 부산 조직폭력배 사건을 여럿 수임하는 등 형사 사건을 쓸어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무리한 방식의 수임 영업을 해왔다는 평가도 받았다. 일례로 그는 상해죄 등으로 수감 중인 재소자에게서 또 다른 재소자의 사건을 소개받곤 소개료 명목으로 50만 원을 주는 등 총 310만 원을 수임의 대가로 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2017년 벌금형 700만 원을 확정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