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각 지자체가 어린이 물놀이장 운영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기록적인 폭염 속 이용객이 급증하면서 물놀이장 개장 요구가 끊이지 않지만, 최근 ‘인분 소동’으로 폐장 사례가 속출하는 등 위생 문제로 일부 시민이 등을 돌리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7일 부산 강서구의 한 어린이 물놀이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개장 이후 이곳에 하루 평균 170명가량이 다녀갔으나 최근 이용이 크게 줄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7일 부산 강서구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강서구 M공원 어린이 물놀이장에서 인분 소동이 벌어졌다. 한 이용객이 대변이 떠다니는 것을 발견해 신고했고, 이를 확인한 관계자가 곧바로 폐장을 결정했다. 물놀이장은 시설 정비 후 다음 날 정상 개장했다. 당시 이용객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물놀이장 도착과 동시에 폐장으로 발길을 돌렸던 이들을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시민 정모(30대) 씨는 “아이와 함께 물놀이를 즐긴 지 5분밖에 안 됐는데, 갑작스럽게 폐장한다며 나가달라는 안내를 받았다”며 “아이가 실수할 수도 있지만, 물이 더럽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앞으론 돈이 들더라도 워터파크를 이용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오전 강서구 J공원 물놀이장에서는 구토 잔여물이 발견돼 오전 시간대 입장이 금지됐다. 물 교체 후 같은 날 오후 2시에 다시 문을 열었다. 지난달 30일 오전에도 “한 아이가 물에 소변을 봤다”는 신고 접수 후, 사실로 드러나 이날 역시 폐장했고, 지난 3일 사하구 E공원 물놀이장에서도 이용객의 구토로 한시적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지자체는 수질 관리를 위해 하루 최대 이용객과 회차를 정해두고 있지만 이어지는 무더위에 인파가 몰리며 사각지대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달 20일 개장한 강서구 관내 4곳의 어린이 물놀이장의 경우 이날 기준 9800여 명이 다녀갔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170명 정도다. 이에 시간마다 40분 운영 뒤 20분 휴식하고, 이 시간 동안 이물질을 걸러내고 있다. 또 월요일을 휴장일로 하고 위험 요소가 없는지 시설을 정비하고 있다. 하지만 기상악화로 인한 휴장(2차례)보다 위생 문제로 폐장한 경우가 더 많을 정도로 수질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구민이 손쉽게 찾아 즐기는 물놀이장을 폐쇄할 수도 없어 구의 고민은 더 커지고 있다. 서부산 최대 규모의 공공 야외 물놀이장인 삼락생태공원 어린이 물놀이장의 경우 2020년 코로나19 유행으로 폐쇄된 이후 6년 만에 개장을 결정했는데, 개장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하루 3차례 회차별로 최대 1500명(사전 예약 1000명·현장 선착순 500명)이 이용 가능한데, 개장 후 일주일치 사전 예약이 모두 마감될 정도였다.

이에 어린이 물놀이장인 만큼 부모가 자녀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대 송진순(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에만 관리 책임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도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자녀에게 물놀이장에서 지켜야 할 규칙과 예절이 무엇인지 잘 교육해야 한다”며 “이용 시 일정한 보증금을 받아 의무감을 가지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