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반얀트리 참사’ 등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등 다수의 송사를 치르고 있는 삼정기업 임원들이 경기 용인기흥역세권 땅을 차명으로 매입한 혐의로 넘겨진 재판(국제신문 지난 3월 3일 자 3면 보도)에서 무죄를 받았다.부산지법 형사7단독 심학식 부장판사는 23일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삼정기업 박정오 회장과 삼정이앤시 박상천 대표, 삼정기업 임원 A 씨와 관계 법인 9곳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용인기흥역세권 제2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삼정기업 임직원과 관계사 명의로 부동산을 사들인 뒤 명의를 신·수탁한 혐의를 받았다. 명의신탁은 부동산 주인 대신 다른 이를 등기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삼정기업은 이 사업(8만9381㎡)을 추진하고자 2021년 5월 설립추진위원회를 꾸렸다. 같은 해 7월에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고, 그 뒤부터 사업구역 토지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삼정기업이 박 회장과 그의 친인척을 비롯한 계열사 임직원 등의 명의로 부동산을 확보했다고 봤다. 이들 명의로 확보된 땅은 삼정기업이 자금을 부담한 것으로, 사실상 삼정기업이 땅 주인인데도 명의를 분산시켰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삼정기업 측은 실제로 소유권을 이전한 것이지 명의신탁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해 왔다.

사업 추진 당시 고발인들은 삼정기업이 조합설립인가에 필요한 동의자 수를 확보하려 명의를 쪼갠 것이라 주장했었다. 인가를 받으려면 땅 주인 7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명의가 분산된 이들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동의율은 못 미친다는 것.

그러나 심 판사는 증거가 없다고 봤다. 그는 “임직원들이 조합원이 돼 피고인들에게 우호적인 의결권을 다수 확보하는 데 성공하고 이 사건 조합이 설립돼 그 목적이 달성되자 수개월 후 이 사건 각 부동산을 기존의 매매대금과 동일한 금액으로 사들인 후 소정의 정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리한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들이 처음부터 이 사건 변경 합의를 염두에 두고 있었으면서 이를 숨긴 채 마치 임직원들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

해 많은 수익을 얻게 해줄 것처럼 위와 같이 홍보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면서도 “사업구역 내 부동산에 대해서 명의신탁 또는 명의수탁을 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부산지역 중견 건설사인 삼정기업은 이번 사건을 포함해 ▷반얀트리 참사 관련 중대재해처벌법 위반·뇌물 사건 ▷기업회생 ▷동물원 ‘삼정더파크’ 매매대금 소송 등 여러 송사에 휘말려 재판을 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