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사무소 물 공급받아 겨우 버텨
- 막힌 도로 탓 현장 전력복구 지연
“말도 못 합니다. 비닐하우스 시설 피해 복구는 엄두도 못 내고 사흘째 씻지도, 화장실 가는 것도 못 하고 있습니다.”
 |
| 21일 경남 산청군 신안면 문대 삼거리 침수지역 주민들이 소방차가 공급한 물을 대형 고무 대야에 담아 놓고 있다. 독자 제공 |
경남 산청군 신안면 야정마을 유진형(62) 이장은 21일 국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유 이장은 지난 19일 하루에만 300㎜에 육박하는 ‘괴물 폭우’(국제신문 21일 자 1면 등 보도)가 덮친 이후 이날 오후 4시까지 단수와 통신 장애 등이 온전하게 해결되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온다습한 기온에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흐르는데 수도관 파열로 물이 공급되지 않아 세수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다행히 이날 오후 6시부터 야정마을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는 상수도가 복구됐다.
집중호우가 내린 산청 지역은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일부 지역에선 정전과 통신 장애, 단수 등으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산청군이 면사무소를 통해 생수를 공급하면서 식수 걱정은 덜었으나 상수도 완전 복구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집중 호우로 취수장 전기가 끊겨 가동을 멈추면서 56개 마을 2656가구의 상수도 공급이 중단됐고, 지난 20일 다시 가동해 정수·배수장에 물을 채우고 있다. 그나마 이날 오후 1시부터 전기는 차츰 복구되기 시작한 상태다.
한전 경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산사태, 하천 급류로 전봇대가 쓸려나가거나 넘어져 전기가 끊겨 산청군 신안면·신등면·차황면 일부 지역에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상태”라며 “현장 복구를 하려 해도 도로가 막힌 곳이 있어 전력 복구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을과 외부로 통하는 도로도 인근 산에서 흘러내린 토사 등에 막혀 통행이 불가능했으나 전날부터 겨우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딸기를 주로 재배하는 이 마을은 근처 양천강 범람으로 물바다가 됐다. 당시 집중 호우로 둑이 불어나는 유량을 못 견디면서 결국 터졌다. 유 이장은 “당일 낮에 물이 갑자기 들이찼고 고지대 일부만 제외하고 마을 전체 침수 피해를 입었다”고 회상했다. 유 이장은 “주민 대다수가 70대 등 고령층인데 개인이 피해를 복구할 수 없을 정도”라며 “군에서 업체를 불러 철거한다는 데 언제 다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앞서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산청군 일대에는 도내 최다인 632㎜의 극한 호우가 퍼부었다. 또 함안군 583.5㎜, 합천군 532.2㎜, 창녕군 374㎜, 하동군 369.5㎜ 등이 뒤를 이었다. 이 때문에 경남 전역에 농작물 3964㏊, 가축 8만7968마리의 피해가 잇따랐다. 또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에서 산사태로 70대 부부와 인근에 살던 20대 여성이 숨지는 등 사망자 10명이 발생했고, 실종자 4명을 수색 중이다.
경남도는 산청군 등 도내 7개 시·군에 특별조정교부금 20억 원을 긴급 지원했다. 특히 가장 큰 인명·재산 피해가 난 산청군에 도로·하천·상하수도 등 공공시설 응급 복구를 하도록 10억 원을 교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