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유일의 동물원 ‘삼정더파크’ 측이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매매대금 소송에서 대법원이 청구된 내용 일부를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시가 삼정더파크 매입을 거부한 주된 이유인 부지 내 공유지 사권(私權·개인소유자의 토지 권리) 유무를 두고 “사권이 없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시의 삼정더파크 매수 의무가 인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을 닫은 삼정더파크 동물원 입구. 국제신문 DB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동물원 운영자인 삼정기업 측 토지신탁사 KB부동산신탁이 시를 상대로 낸 매매대금(500억 원) 지급 청구 소송에서 사권 유무와 관련한 원심 판단을 깨고 파기환송을 결정,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매수청구 자체가 매매계약 성립을 뜻한다는 주장은 기각했다.

삼정기업은 2014년부터 동물원을 운영했다. 적자를 보던 삼정기업 측은 2020년 시와 맺은 협약에 근거해 동물원 매수를 요청했다. 그러나 시는 동물원 부지에 사권이 걸린 공유지(2만371㎡)가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 공유지는 삼정기업(1만1088㎡)과 개인(9283㎡)이 소유 중인데, 동물원 운영에 필요한 건물 등을 새로 짓거나 부지를 처분할 때 이 개인의 동의가 필요해 공유재산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삼정기업 측은 사권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문제의 땅이 공유지인 점은 맞지만 서로의 부지가 명확히 구분되는 ‘구분소유적 공유관계’라 개인이 삼정기업 측 토지 활용을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거다. 앞선 1, 2심은 공유자들 간에 땅의 구분소유를 약정한 바 없어 사권 행사 여지가 있다고 보고 시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리 봤다. 설사 구분소유에 관한 약정이 없었더라도, 공유자와 ‘삼정기업 측 땅은 동물원·유희시설로 사용할 것을 동의한다’는 내용의 토지사용 동의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 동의서는 삼정기업 전 임원이 작성한 것으로, 해당 임원은 이 땅을 산 뒤 삼정기업 측으로 소유를 넘겼다. 대법원은 또 삼정기업 측이 동물원 부지에 편입될 예정인 땅만을 특정해 사들인 점을 들어 구분소유적 공유관계가 인정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비록 삼정기업 측과 개인 사이에 서로의 땅을 명확히 구분한다는 의사가 합치를 이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개인과 해당 임원 사이에 구분소유적 공유관계가 형성됐는지, 삼정기업이 이 관계를 승계했는지를 심리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만일 구분소유적 공유관계가 인정돼 분할등기가 이뤄진다면, 이러한 토지가 ‘사권이 설정된 재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도 심리하고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향후 시의 삼정더파크 매수 의무 또한 인정될 여지도 커졌다. 시 관계자는 “향후 파기환송심을 통해 다퉈야겠지만, 삼정기업 측의 매수청구를 승낙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소송과 무관하게 시가 동물원을 직접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다. 종합적으로 살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