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지방행정특별법 제정 후
- 15년 넘게 반복된 해묵은 논쟁
- 당시 정치인 주도로 통합 움직임
- 중구 “구 정체성 무시” 강력 반발
- 4개구민 설문서도 “내용 잘 몰라”
- 부작용 없도록 상향식 추진 필요
부산 원도심 4개 구(중·동·서·영도) 통합은 15년 넘게 반복돼 온 해묵은 논쟁이다. 2010년 우리나라 비수도권의 역량 강화와 국가경쟁력 제고, 주민편의와 복리증진을 위한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전국적으로 기초자치단체의 통합 논의가 본격화했는데, 부산에서 ‘원도심 통합구’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때 처음으로 나왔다.
당시 부산발전연구원(현 부산연구원)은 특별법 제정에 따라 원도심을 포함한 16개 구·군 전체를 통합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를 통해 3가지 유형(소폭·중폭·대폭)통합안을 제시했다. 소폭의 자치구·군 통합안은 행정·재정적 여건이 어려운 중구와 동구, 서구를 통합하고 나머지 자치구는 현행 체계를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중폭은 16개 구·군을 절반으로 줄여 8개 자치구로 출범하자는 통합안이다. 원도심 4개 구 통합과 함께 ▷동래·연제 ▷남·수영 ▷금정·기장 ▷북·사상 ▷사하·강서를 통합하고 부산진구와 해운대구는 그대로 두자는 것이다. 대폭의 경우 2011년 정치권에서 제시한 인구 규모 70만~100만 명 기준의 기초자치단체 출범에 따라 ▷중·동·서·영도·부산진 ▷수영·동래·연제 ▷북·사상·사하·강서 ▷해운대·금정·기장 등 부산 전역을 4개 자치구로 개편하는 통합안이다.
■‘차별화된 자치구’ 중구 극렬 반대이 가운데 부산지역 시민단체가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지역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구와 동구 통합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2012년 2월 한 달 간 부산경실련이 중구의 9개 동과 동구 14개 동 주민 약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다수 주민이 통합을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통합의 우호적인 분위기 형성과 함께 중구와 동구가 북항재개발 매립지를 둘러싼 자치구 경계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통합 필요성이 대두됐고, 2017년 3월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원도심 4개 구 통합 논의를 공론화면서 본격 추진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듬해 7월 통합 자치구 출범을 목표로 한 행정통합은 무산됐다. 그 배경에는 중구의 격렬한 반대가 있었다. 서 전 시장이 민간인 중심의 통합추진공동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당시 김은숙 중구청장은 통합 불가 입장을 전했다. 중구를 적은 인구만으로 평가해선 안 되며, 국제시장과 부평깡통시장, 보수동 책방골목 등 지역 내 관광지가 많은 특성을 고려해 차별화된 자치구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또 공무원 한 사람이 맡는 주민 수가 적은 대신 주민밀착형 행정이 쉽고, 과거에도 주민 반대로 통합이 무산된 사례가 있는 까닭에 통합은 중구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2017년 9월 중구를 제외한 동·서·영도 3개 자치구만 통합하는 내용을 담은 건의안을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위원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건의안을 검토조차 하지 못 했다. 2018년 지방선거 일정상 그 해 3월부터는 통합 추진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위원회의 통합 방안 마련 ▷행정안전부의 통합 권고 ▷주민투표 등 절차가 진행돼야 하는데, 주민투표에만 한 달 정도가 걸려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에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한 부산시가 보류 카드를 꺼내 들고 4년 뒤인 2022년 7월로 통합구 출범을 미뤘다.
■“상향식 추진으로 통합 재추진”원도심 4개 구 통합의 실패 요인으로 여러 가지가 꼽힌다. 우선 원도심 주민은 거주 환경이 부산의 다른 자치구와 비교해 열악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2017년 당시 통합구 출범 내용을 모르는 이가 많았다. 실제 부산시가 행정통합 인지도와 여론 파악을 위해 그 해 4개 구의 19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실시했는데, 이 중 1436명(71.8%)이 거주 환경이 낙후됐다고 답했다. 특히 동구 주민의 79.7%가 거주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반면 거주 환경 개선을 위해 원도심 통합이 추진되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이는 전체의 25.5%(510명)에 그쳤다. 게다가 540명은 통합 추진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율은 나이가 적을수록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 또 원도심 통합 때 가장 우려되는 사항으로 ‘통합절차가 너무 빨리 진행돼 내용을 잘 모른다’고 답한 이가 24.2%(484명)로 가장 많았다. ‘통합 효과가 크지 않다(23.6%)’ ‘부산시 재정 인센티브 약속이 현실성 없다(20.7%)’ 등도 있었다.
전문가는 통합구 출범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를 ‘하향식 추진’으로 분석했다. 동아대 김형빈(행정학과) 교수는 “당시 부산시장을 비롯한 정치인 주도로 통합이 추진됐다. 무조건 통합해야 한다는 목적을 설정한 뒤 주민에게 의견을 묻다 보니 관심이 없거나 역풍이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결정권자가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부작용이 상당하다. 2010년 창원과 마산 진해를 합친 통합 창원시도 출범 과정에서 하향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혼란이 컸다. 이를 반면교사해 부산 원도심 통합은 지역 주민 중심의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지역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고, 주민 불만이 해소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