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동진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유튜브 캡처

두 살 때 시력을 잃었다. 중학교 2학년 땐 어머니가 심장판막 수술 후 숨졌다. 이에 역시 시각장애인인 아버지와 둘이서 생활해야 했다.

지난 5월 16일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에서 스물여덟 짧은 생을 마감한 고 이동진 씨. 눈이 보이지 않아도 평소 늘 밝은 모습으로 주위에 행복을 줬던 이 씨는 3명의 생명을 살리고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이 씨가 뇌사 상태에서 3명에게 심장과 좌우 신장을 각각 기증하고 눈을 감았다고 17일 밝혔다. 이 씨는 어버이날 아버지와 식사한 뒤 잠들었다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외아들로 태어난 이 씨는 생후 9개월 만에 안구에서 암이 발견돼 4년간 항암치료를 받았다. 치료 과정에서 두 살 때 시력을 상실했고,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병원에서 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처럼 어려운 환경에도 이 씨는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장애인 취업에 도움을 주는 업무를 맡았다. 아버지와 함께 안마사 일도 했다.

이 씨는 눈이 보이지 않아 불편했지만, 항상 밝은 모습으로 주변에 행복한 웃음을 전했다고 한다. 그러던 이 씨가 갑자기 뇌사 상태에 빠지자 유족은 이 씨가 다른 이들의 몸속에서 살아 숨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이 씨의 아버지는 “동진아, 지금까지 힘든 일도 즐거운 일도 있었지만 이제는 엄마하고 같이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고 재밌게 지내. 이제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아. 사랑해”라며 먼저 떠난 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