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시철도 차량 내부에서 만취 상태로 한국인 남성을 강제추행하고 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온두라스 외교관(국제신문 지난 14일 자 10면 보도)이 이례적으로 온두라스 정부에 의해 외교관 면책특권이 박탈됐다.

온두라스 정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보도자료(사진)를 내고 “해당 외교관의 면책특권을 즉시 철회하고 그가 현지 당국의 조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어 “우리는 외교관들에게 해당 국가의 법률과 규범을 준수할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인권과 존엄성을 해치는 어떠한 행위도 강력히 규탄한다”며 “그가 귀국한다면 외교관 여권을 회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A 씨는 지난달 19일 오전 6시30분께 부산 도시철도 2호선 민락~센텀시티 구간을 지나던 차량에서 만취 상태로 한국인 남성 B 씨의 신체를 접촉한 뒤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그는 서울에서 출장차 부산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주한온두라스 대사관에 수사에 관한 공문을 보냈고, 최근 A 씨 소환 조사도 한 차례 진행했다.

이번 면책특권 박탈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엔나협약에 따르면 외교관은 외국에서 공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은 그 국가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면책 특권을 가진다. 실제 2023년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8월까지 주한 외교관과 가족의 사건·사고 발생 건수는 71건으로 집계됐다. 파견국이 외교사절의 면책특권을 포기한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해, 98.5%가 처벌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