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월 1회 공동 조사
- “지반침하 잦은 부산도 필요”
- 市 “인력·장비 부족 한계”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내린 집중호우로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현장이 침수되거나 땅 꺼짐 현상이 발생(국제신문 지난 15일 자 6면 보도)하는 등 지하개발 사업을 두고 시민 불안이 증폭한다. 서울시가 대규모 지하개발 사업의 주기적인 공동(空洞·땅속 빈 구멍) 조사를 원칙으로 하는 조례를 공포한 가운데 부산에서도 집중호우에 대비해 관련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지난 14일 부산 사상구 감전동에서 밤사이 많은 비로 인해 직경 50cm 규모의 동공이 발생한 모습. 부산교통공사 제공

15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지난 14일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를 공포했다. 공포와 동시에 시행된 이 조례는 지하안전평가 대상 지하개발이 이뤄질 경우 매월 1회 이상 공동조사를 원칙으로 하는 게 골자다. 서울시는 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중 지하안전 분야에 식견과 경험이 있는 이를 위촉하도록 했다.

지난 14일 부산 사상구 부산새벽시장 인근에서 밤사이 많은 비로 인해 포트홀이 생긴 모습. 부산교통공사 제공

이에 반해 서울과 땅 꺼짐 사고 빈도가 비슷한 부산에는 아직 관련 조례가 마련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지난 5년간(2020년 1월~2025년 7월 14일) 부산지역의 지반침하 사고는 96건으로, 서울(107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시는 ‘부산시 지하안전관리 조례’ 개정안을 이달부터 시행하고 있으나, 주기적인 공동검사 의무는 명시하지 않았다. 이 조례안은 지하안전평가 대상 (20ｍ 이상 굴착) 또는 소규모 지하안전평가 대상(10~20ｍ 굴착)인 지하개발이 이뤄지는 경우 ‘해당 구간에서 주기와 범위를 정해 공동조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권고’ 수준에 그친 셈이다.

굴착 깊이가 10ｍ 미만인 지하개발은 공동조사 대상에서 아예 빠진 것도 문제다. 부산과학기술대 정진교(첨단공학부) 교수는 “깊이가 얕다고 해서 꼭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흙 종류 등 지반 상태에 따라 위험 정도가 달라지는데, 깊이 10ｍ 미만의 지하개발 과정에서도 땅 꺼짐 현상이 발견된다”며 “주기적인 공동조사만 해도 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시는 서울과 달리 인력 부족으로 공동조사를 주기적으로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시의 공동조사 인력은 6명인데 이중 지표투과레이다(GPR) 탐사 인력은 2명으로, 이마저도 정규직이 아니다. 반면 서울시 관련 인력은 30명으로, GPR 탐사 인력만 18명에 달한다. 이에 시는 대형 땅 꺼짐 현상 후에야 전담팀(TF)을 구성하고 특정 구간 지반 조사와 현장 굴착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할 뿐만 관련 장비도 적어 서울처럼 주기적으로 공동조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며 “가용 가능 인력·장비 범위 내에서 최대한 시민 불안을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