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통공사 간부와 끈이 닿는다며 로비 자금을 대면 용역을 따온 뒤 회사를 넘기겠다고 속여 수 억 원을 가로챈 50대가 실형에 처해졌다.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17단독 목명균 판사는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0대)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A 씨는 2016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부산교통공사 용역사업 투자 명목으로 2억480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다만 법정구속은 면했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A 씨는 자신이 교통공사 고위 간부를 통해 갖가지 용역을 따왔다고 거짓말하곤 피해자로부터 투자금을 받아냈다. 그는 공사현장 도면과 문서를 전산데이터로 구축하는 사업체를 운영했다. 2016년 3월 부산 남구 모처에서 피해자를 만난 그는 “교통공사 간부를 통해 경전철 사업 공사 하도급을 받았다. 계약금을 먼저 지급해야 한다”며 투자하면 수익금을 주겠다고 현혹해 5000만 원을 뜯어냈다.

3년 뒤인 2019년 5월에는 “교통공사 처장을 상대로 로비해 용역을 수주해왔다. 현재 부산역 편의시설 공사와 남천동 지하철역 입구 이전 공사 등 30억 원 규모의 용역을 수주했다”며 없는 말을 지어냈다. 그러면서 “지급할 로비자금 등의 비용으로 4억 원이 필요한데, 되는 대로 2억5000만 원을 만들어 준다면 용역계약 선입금으로 받게 되는 1억 5000만 원을 더해해 4억 원을 마련할 수 있다”며 로비 자금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사업체를 모두 피해자에게 넘기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돈을 대준다면 수주한 용역계약 일체와 내가 운영하는 사업체를 당신에게 모두 넘겨주고 대신 나는 당신에게 월급 명목으로 2000만 원을 받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이 말에 넘어간 피해자는 그에게 두 번에 나눠 1억9800만 원을 건넸다. 그러나 실제 A 씨는 교통공사로부터 용역을 따온 바 없었다. 돈을 받더라도 로비 자금이 아닌 개인채무 변제에 쓸 생각이었다.

목 판사는 “범행의 경위와 내용, 편취 규모 등에 비춰 죄책이 무겁고 피해 금액이 상당히 많은데도 피해 금액 중 대부분이 아직 변제되지 않았고,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