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중 1억은 조합장에 뇌물 줘

부산 수영구의 한 재건축정비사업 용역 업체를 알선해 수억 원을 챙기는 한편 당시 조합장에게 뇌물 공세까지 펼친 업자가 실형에 처해졌다. 해당 조합장 또한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부쳐져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4단독 변성환 부장판사는 뇌물공여·사기, 변호사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페인트 시공사 대표 A(70대) 씨에게 징역 3년과 8억800만 원 추징 명령을 선고했다. 그는 2021년 10월~2022년 9월 남천2구역(옛 삼익타워)의 당시 조합장 B 씨와 친분이 두터운 점을 이용, 용역업체 2곳이 사업을 따내도록 도와 8억여 원을 대가로 수수한 혐의다. 또 B 씨에게 약 1억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도 받았다.

A 씨는 2021년 3월 한 건축사사무소 부사장에게서 이곳의 건설사업관리 용역을 수주하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같은 해 7월 B 씨가 조합장에 당선되자 A 씨는 “조합장을 잘 알고 있으니 도움을 드리겠다”며 B 씨에게서 받은 배점기준 등을 업체에 전달, 다음 달 용역 계약이 성사되도록 만들었다. 그 대가로 A 씨는 용역 대금의 25%인 2억5782만 원을 받아챙겼다.

A 씨는 또 2021년 4월 마감재 납품사 대표와 만나 자신이 마감재 선정권을 위임받았다며 예정된 것 대신 새 마감재를 들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마감재 시공을 위한 다른 경쟁업체들의 견적도 받아 봤다”며 기존 계약을 엎을 수도 있다는 식의 말을 던졌다. 놀란 업체 측이 자신들에게 마감재 시공을 맡겨달라고 부탁하자 A 씨는 “B 씨에게 말하면 마감재도 다 선정되게 할 수 있고, B 씨는 내 말이라면 다 듣게 돼 있다”며 조합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해당 업체가 마감재 납품 업체로 재차 선정되자 그는 용역대금의 약 10%인 5억5000만 원을 받아냈다. 이처럼 뜯어낸 돈은 가짜 컨설팅 용역 계약서를 써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식으로 꾸몄다.

조합장에겐 현금 둥 뇌물을 갖다 바쳤다. A 씨는 B 씨가 “아들 미국 유학자금이 모자라다. 지원하면 페인트 시공 등 일거리를 주겠다”고 하자 2021년 11월 30일~2022년 9월 여섯 차례에 걸쳐 5310만 원을 현금으로 줬다. B 씨는 조합 임원 등 7명이 분양받을 예정인 호실에 친환경 페인트 시공을 해주면 자신이 조합 내에서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에 A 씨는 2021년 12월~2022년 7월 이들에게 3972만 원 상당의 페인트 시공을 해줬다.

재건축조합장은 공무원으로 의제돼 뇌물 관련 법률을 적용받는다. 사업에 이권 개입 여지가 많고 조합원 이해관계도 복잡한 만큼 업무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변 판사는 “B 씨와 결탁해 아들 유학 비용, 변호사 비용 등을 뇌물로 공여하고 재건축조합 이사 등 제3자에게도 재산상 이익을 제공했다. 조합장에게 청탁해준다는 명목으로 8억 원이 넘는 돈을 수령했다.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B 씨 역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부산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