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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죽음 원인조차 몰라” 마음病 깊어지고 일상 망가져

순직의무군경에 예우를 <하> 아들묘 찾은 부모 눈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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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서 모인 유족, 자식 추억
- “이젠 덤덤한가 했는데…” 오열
- 당시 군부대 사고사 인정 않고
- 극단선택 분류 등 대처에 분노

- 부모유족회 부산지부 설문조사
- 20명 중 18명 정신건강 앓아와
- 부모 국립묘지 안장 허용 한 뜻

부모는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떠난 아들을 매일 보고싶지만, 유독 더 사무치게 그리운 날이 있다. 아들이 자신들의 품을 영영 떠난 날과 그의 생일, 그리고 현충일이다.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의 호국정신과 위훈을 추모하는 현충일은 아들을 떠나보낸 부모가 모여 같은 아픔을 위로하는 공감의 날이기도 하다. 전국 곳곳에서 모인 이들은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곁에 있지 않은 아들을 마주하고 추억했다.
지난 6일 현충일을 맞아 국립대전현충원에 묻힌 순직의무군경 아들을 보러 홀로 방문한 고 김추성 씨의 어머니 정귀분(왼쪽 사진) 씨와 고 유종부 씨의 어머니 박춘화 씨. 조성우 기자
■올해도 아픔 딛고 현충원 온 부모들

제70회 현충일 추념식이 있던 지난 6일 오전 11시 국립대전현충원 묘역 일대. 순직의무군경 부모유족회 부산지부의 정귀분(여·66) 씨도 아들을 보러 묘역이 있는 이곳을 찾았다. 정 씨를 포함, 전몰군경유족회에 속한 순직의무군경 부모유족회 35명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모여 대전행 버스에 함께 올랐다.

1982년생인 정 씨의 아들 김후성 씨는 2005년 당시 법무부 소속으로 강원도 강릉에서 교정시설 경비교도대로 근무했다. 군부대로 치면 이등병에 해당하는 ‘이교’ 계급의 추성 씨는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정 씨는 아들의 입원 소식을 듣고 놀란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아들은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라서 위급해 보이지 않았다. 혹시 몰라 부산으로 내려가다 다시 발걸음을 돌려 병원을 찾았지만 아들은 멀쩡해 보였다. 그러나 아들은 얼마 후 세상을 떠났다. 정 씨는 아직도 아들이 왜 병원에서 그렇게 죽어야 했는지 이유를 모른다.

추성 씨 묘소는 소방관 등 순직한 공무원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다. 법무부 소속이던 터라 장병묘역이 아닌 순직공무원 묘역에 묻혔기 때문이다. 정 씨는 “이제는 그만 덤덤해질까 싶어 오늘만큼은 큰 아픔을 잊고 아들에게 편하게 쉬라고 말할 생각으로 올라왔다”며 “그런데 막상 눈앞에 아들을 담으니 생각처럼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20년간 아프고 그리워하며 평생의 눈물을 다 흘렸다고 생각했는데,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은 마를 수 없는 것 같다”고 오열했다.

같은 시각 장병 묘역에도 홀로 아들을 찾은 어머니가 있었다.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대전으로 온 박춘화(69) 씨는 생전 아들이 좋아하던 산딸기와 커피를 들고 묘를 찾았다. 아들의 묘에는 박 씨가 예전에 가져온 간식과 커피, 편지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박 씨는 지난 4월 말 순직의무군경의 날 아들을 찾았지만, 그동안 때가 탔을까 봐 묘비를 구석구석 닦았다. 이후 한동안 말 없이 묘를 바라보던 그는 가만히 앉아 아들을 추억했다.

2005년 세상을 떠난 박 씨의 아들 유종부 씨는 최전방에서 초소 경계근무를 서던 중 4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박 씨는 “부대는 처음에 (아들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했다”며 “다행히 금방 사고사로 인정됐지만 충격이 너무 커 장례 당시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라며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이날 각자 아들을 만나고 온 순직의무군경의 부모는 대전국립현충원 한편에서 행인에게 물과 커피를 나눠주면서 순직의무군경의 존재를 알리기도 했다. 부모유족회는 공법단체가 아니어서 당사자 유족도 아직 그 존재나 활동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왕왕 있다. 부모유족회 부스에는 아들을 떠나보내고 처음으로 행사에 참여한 이도 있었다. 이들은 한데 모여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부모 대다수가 정신건강 문제

허망하게 아들을 떠나보낸 부모유족 대부분은 사고를 겪은 후 정신건강 문제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신문이 서면과 전화로 순직의무군경 부모유족회 부산지부의 20명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명 중 18명이 불면증 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동시에 사회와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등 마음의 문을 닫은 이도 5명이나 있었다. 이들은 “우리 아들을 데려간 뒤 그렇게 떠나보내게 한 국가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사라졌다”며 “사고 소식을 들은 이들이 계속 아들 일을 물어봐 도저히 누군가를 만나 관계를 맺고 일상을 살아갈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유족들은 사고 직후 소속 기관의 대처나 태도가 미흡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명 중 15명은 사고 직후 아들이 있던 군부대나 기관이 사고 경위를 설명할 때 형식적이고 사무적이었다고 답했다. 한 유족은 “군부대에서 잠을 자다 숨진 아들의 사망 원인을 아직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부모유족들은 모두 ‘아들 곁에 묻히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현행 국립묘지법상 순직군경 유족 중 배우자 외에는 국립묘지에 묻힐 수 없기 때문이다. 보훈제도가 발달한 미국은 조건부로 순직군인의 부모 합장을 허용한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제대군인부는 전투나 그에 준하는 훈련 중 사망한 순직자가 묻힌 묘역에 공간이 있다면, 사망 당시 배우자나 자녀가 없는 경우 등에 한해 부모의 국립묘지 안장을 허용한다.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거행된 추념식에 참여한 이재명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보훈은 희생과 헌신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이자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책임과 의무”라며 “모두를 위한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국가와 공동체를 위한 희생이 합당한 보상으로 돌아오는 나라, 모두를 위한 헌신이 그 어떤 것보다 영예로운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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