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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순직 인정받으려 6년 소송…딸도 충격으로 세상 떠나”

순직의무군경에 예우를 <상> 남겨진 이들은 생지옥

  • 조성우 기자 holycow@kookje.co.kr
  •  |   입력 : 2025-06-05 19:29:34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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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남 초소근무 중 차량 추락사고
- 軍 거짓말에 가족의 삶 망가져

- “군사훈련 중 사망 납득 어려워
- 약이나 술 있어야 겨우 잠들어”
- 수십년 지나도 그리움 북받쳐

<사진설명: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 세상을 떠난 순직의무군경의 ‘부모유족’은 아들을 먼저 보낸 고통에 시름하며 힘든 삶을 살아간다. (왼쪽 사진부터) 1995년 서울에서 의무경찰로 복무하던 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고 황민순 씨의 어머니 박옥순 씨가 대전 현충원에 있는 아들의 묘비를 어루만지는 모습. 2016년 한미연합훈련 도중 헬기 추락으로 세상을 떠난 황성철 씨의 어머니 송양숙 씨가 아들의 묘소를 찾은 모습. 지난 4월 25일 ‘제2회 순직의무군경의 날 기념식’에서 유족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 박옥순·송양숙 씨 제공 연합뉴스>

나라의 부름에 응했으나 끝내 군복을 벗지 못한 아들을 부모는 차마 보낼 수 없었다.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 기억이 닳을 때도 됐건만 어제 일처럼 아들의 모습이 생생해 졸업앨범을 하나씩 들춰보며 지난날을 추억하곤 한다. 이처럼 단 하루도 잊은 적 없이 매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자식이지만, 어느 날은 문득 그리움이 북받쳐 올라 숨을 채 내뱉지도 못하고 가만히 삼킨다.

스무 살에 집을 떠난 아들의 미래를 부모는 알지 못한다. 학교를 복학하고 여자친구를 사귀었을 모습도, 어렵게 구한 직장에서 고단함을 느꼈을 순간도, 자신이 했던 것처럼 자식을 낳아 기뻐하며 가정을 꾸렸을 당연한 추억도 이들에게는 영영 볼 수 없는 일이 됐다.

■ 순직 인정 위해 소송

31년 전 군대에 있던 아들을 떠나보낸 김선자(여·78) 씨는 “눈을 뜬 동안 머릿속 한편은 내내 아들 생각으로 가득해 온 하루를 함께 한다”며 “늦은 밤 눈을 감을 때야 비로소 아들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있다”고 토로했다.

아들 김대형 씨를 처음으로 품에서 떠나보낸 건 1992년의 일이다. 대형 씨는 육군 한 부대에서 무탈하게 복무하던 중 1994년 어느 날 전남 해남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부대 내 훈련으로 초소에 대형 씨와 후임 1명만 남아 근무를 서던 상황이었다. 그러다 초소 인근에 주차된 군용차량이 근무 중 시야를 방해해 대형 씨가 이를 옮기기 위해 운전했다. 당시 초소는 밀물이면 바다, 썰물이면 18m의 언덕이 되는 장소에 있었다. 그러나 언덕 아래로 떨어지는 지점에는 울타리 등 보호장치가 없었다. 대형 씨는 운전 중 그만 미끄러져 차량과 함께 추락했다. 전역을 불과 두 달 앞둔 때였다.

사고가 나자 대형 씨가 복무하던 군 부대 관계자는 가족에게 연락해 대형 씨가 아주 많이 다쳤다고 전했다. 애타는 마음에 서둘러 병원을 찾았지만, 대형 씨는 이미 부모의 부름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김 씨는 “당시 간호장교가 ‘유족이 왔을 때 너무 큰 충격을 받을까 봐 시신 일부를 가리고 묶어놨다’고 하더라”면서 “추락 당시 살아있었지만 사고 현장에 무전기도 없고 병원도 멀어서 끝내 숨을 거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루아침에 천금 같은 아들을 잃었지만 오랫동안 아들의 죽음을 제대로 인정받지도 못했다. 부대 측은 대형 씨가 근무 중 차를 타고 놀다가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순직이 인정되지 않았다. 유족은 6년 간의 기나긴 소송 끝에 대형 씨의 순직을 인정받아 국가유공자로 국립현충원에 안장했다. 김 씨는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해 몇 년간 보훈 보상금도 못 받았다. 순직 인정 이후에도 일부만 소급해 받았다”고 토로했다.

우여곡절 끝에 대형 씨가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지만, 이미 가족의 삶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였다. 아버지는 유족회 지회장을 맡는 등 활동에 나섰지만 하루라도 술 없이 잠들지 못했다. 남은 두 딸 중 막내는 오빠가 떠난 모습에 큰 충격을 받고는 아픔을 떨치지 못해 세상을 등졌다.

김 씨는 “다른 지원은 필요 없이 지금이라도 아들만 가족의 곁으로 돌려줬으면 좋겠다”며 “그럴 수 없는 만큼 국가가 순직의무군경 유족을 제대로 예우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 훈련소에서 숨진 아들

순직의무군경 중에는 훈련소에서 사망한 이가 특히 많다. 부산 남구에 사는 오숙이(여·69) 씨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2003년 3월 5일 오전 9시. 경기도 의정부의 한 육군 훈련소에서 아들 최재호 씨가 당시 스무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연달아 장거리 달리기 훈련을 받다가 쓰러져 영영 일어나지 못했다. 평생 품에 있던 아들이 집을 떠난 지 두 달도 안 된 때였다. 오 씨는 “훈련소 수료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기였다”며 “평소 태권도 등 운동을 많이 해 체력이 달리는 것도 아니었는데 너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태형 씨와는 달리 재호 씨는 다행히 사망한 해에 바로 순직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부모는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여러 차례 좋지 않은 생각을 했다. 남은 두 딸의 만류로 겨우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갔으나, 고통의 시간이었다. 개인택시 일을 하는 남편은 부산역 앞에서 군복을 입은 사람만 보면 아들로 착각하는 등 헛것을 볼 정도였다.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오 씨는 “처음엔 정신병원에서 주는 약을 먹거나 술이 있어야 겨우 잠들었다”며 “매일 사찰을 찾아 겨우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갑임(여·74) 씨 스무 살 아들도 훈련소에서 세상을 떠났다. 1994년 8월 31일 인천의 한 육군 훈련소에서 훈련 도중 쓰러진 아들 박동환 씨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며칠 뒤 끝내 숨졌다. 순직 인정을 받은 아들은 이등병으로 특진했다. 임 씨는 “국군수도병원에 아들이 입원했는데, 헬기로 더 빨리 이송됐다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당시 너무 많이 울어 목소리가 아예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자대 배치도 받기 전에 훈련소에서 왜 그런 사고가 날 수밖에 없었는지 지금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강원도 육군 한 부대에서 일병으로 복무하던 김춘수 씨는 잠을 자다 새벽에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사망했다. 사인은 ‘내인성 급사’였다. 춘수 씨는 생전 건강했고 별다른 질병도 없었다. 어머니 채영순(여·58) 씨는 “아직도 왜 이런 사고가 났는지 원인을 전혀 모른다”며 “아무런 준비도 없이 겪은 참담한 비극에 삶이 무너졌다. 날벼락이 남은 자식에게도 일어나지는 않을까 매일 불안과 공포에 시달린다”고 울먹였다.

◇ 순직의무군경 등 현황(전국 기준)

분류

인원

시기

정의

전몰군경

12만1564명

2018년
기준

군인이나 경찰공무원으로서 전투 또는 이에 준하는 직무수행 중 상이를 입고 사망한 사람. 또는 군무원으로서 1959년 12월 31일 이전에 전투 또는 이에 준하는 직무수행 중 사망한 사람

순직군경

1만6000여 명

2025년 
6월 기준

군인이나 경찰·소방 공무원으로서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

순직의무군경

7070명
(추산)

2025년
2월 기준

직업이 아닌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의무복무 하는 과정에서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순직한 사병

※자료 : 국가보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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