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5호선에서 방화 사건이 발생, 승객 400여 명이 대피하는 등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지난달 31일 서울지하철 5호선 열차 안 방화로 인해 승객이 지하터널을 통해 대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객차 내부(왼쪽)와 대피하는 승객 모습. 영등포소방서 제공

1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8시43분 서울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마포역 터널 구간을 달리던 열차 네 번째 칸에서 불이 시작됐다. A(60대) 씨가 약 2ℓ 용량의 통에 인화성 물질로 추정되는 액체를 담고 열차에 탑승했는데, 별다른 말 없이 별안간 바닥에 액체를 뿌리고 옷가지를 이용해 불을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

열차 안은 삽시간에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찼고 놀란 승객들은 다른 칸으로 달려 이동하는 한편 비상통화장치로 기관사에게 상황을 알리고 객실 의자 하단에 있는 비상개폐장치를 이용해 열차 문을 열었다. 열차가 멈추자 대부분 승객은 터널을 따라 대피했고, 일부 승객과 기관사는 벽면에 비치된 소화기를 꺼내 화재 진압에 나섰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이 이날 오전 10시24분 화재를 완전히 진압했다. 이 화재로 23명이 연기 흡입 등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고, 129명이 현장 처치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하철 1량이 일부 소실됐고, 2량에서 그을음 피해가 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45분께 들것에 실려 나오던 A 씨를 붙잡았다. 손에 그을음이 많은 것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추궁하자 A 씨가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혼소송 결과에 불만이 있어 지하철에 불을 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