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탑승시간에 쫓겨 혼란의 도가니
- 6일까지 18만명 몰려 불편 클듯

“비행기 탑승 마감 시간이 당장 40분 뒤인데, 죄송하지만 유심을 우선 교체할 수는 없을까요?”

엿새간 이어지는 황금연휴 첫날인 1일 김해공항 국제선청사가 해외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가운데(왼쪽 사진) 청사 내 SK텔레콤 로밍센터에는 유심 교체를 하려는 출국자들로 긴 대기줄이 늘어서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5월 황금연휴 첫날인 1일 오전 김해공항 국제선 3층 SK텔레콤 로밍센터. 한 손에 캐리어 손잡이를 쥔 40대 여성이 다른 한 손으로는 항공 티켓을 로밍센터 직원에게 보여주며 애원했다. 직원은 난처한 듯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했다. 이 여성의 뒤로 유심을 교체하려는 이가 길게 줄을 서 있어 ‘특혜’를 줄 수 없었고, 여성은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렸다.

연휴만 되면 폭발하는 여행 수요로 발 디딜 틈 없는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가 이번에는 SK텔레콤 이용자의 유심 교체 사태로 더 큰 혼란을 겪는다. 애초 공항 로밍센터에서는 로밍 관련 업무만 봤으나, SK텔레콤 해킹 사태로 인해 전국 5곳의 공항에서는 유심 교체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김해공항의 로밍센터에는 기존 직원 3명이 로밍 상담 등 본래 업무를 처리하고, 3명의 직원이 추가로 배치돼 유심 교환을 해주고 있다.

애초 여객기 이용 유무와 상관 없이 무상 교체 대상자 모두가 이곳에서 유심을 교체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여행객이 아닌 일반인까지 몰려 당일 출국을 앞둔 이들의 불편이 커지자 지난달 30일부터는 출국 고객만 교체하도록 변경했다.

황금연휴 첫날부터 항공편이 몰린 오전 7시 SK텔레콤 로밍센터 앞은 유심교체를 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져 대기 줄만 10ｍ에 달했다. 이에 여행객들은 비행기 탑승 시간을 놓칠세라 초조한 표정으로 연신 시계를 확인했다. 일부는 급한 마음에 신분 확인을 위해 직원에 보여준 여권을 돌려받는 것도 깜빡한 채 탑승 수속을 하러 가려다 “여권 가져가라”는 말에 발길을 되돌리기도 했다. 유심 교체를 하러 왔다가 긴 줄을 보고 비행기 탑승 시간에 늦을까 봐 아예 포기한 이도 적지 않았다.

그나마 이날은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불과 이틀 전만 해도 당일 출국하려는 여행객과 유심 교체만을 위해 공항을 방문한 이들이 한데 모여 혼란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취재진이 이곳을 찾아 유심 교체 접수를 위한 접수표를 뽑았더니, 평일 오후 5시임에도 대기 인원이 157명으로 표시됐다.

이는 무상 유심 교체가 시작된 지난달 28일부터 부산을 비롯한 전국 대리점에서 ‘재고 부족’ 사태를 겪자, 공항에서도 유심 교체가 가능하다는 입소문이 퍼졌고 여객기 이용과 상관 없는 인파가 몰린 결과다. 여기에 더해 공항 로밍센터는 영업시간이 오전 6시~오후 8시로, 일반 대리점보다 일찍 문을 열어 출근 전 유심을 교체하려는 직장인들로 붐볐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김해공항 측은 1일부터 6일까지 17만9177명(출국 8만822명·입국 9만8355명)의 인파가 국제선 청사를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주말인 3, 4일 이용객만 3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심 교체로 인해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할 우려를 낳는다.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하면 해외 로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점도 여행객의 유심 교체 심리를 자극한다.

공항 로밍센터는 시내 대리점과 달리 연휴 기간에도 운영된다. 이에 3층의 로밍센터를 방문하는 이들과 2층 출국장에서 탑승 수속을 하려는 사람의 동선이 겹쳐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이날 3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앞까지 신분 확인을 위한 대기 줄이 이어져 이용객들이 서로 부딪히기 일쑤였다. 승강기가 외진 곳에 있어 이용하려는 이들이 적어 혼잡이 계속된다.

공항 측은 이번 연휴기간 안내인력을 충원하고 3, 4일 수속시간을 종전 오전 5시 40분에서 10분 앞당기는 등 혼잡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유심 교체 인파를 관리할 방안은 마련하지 않았다. 공항 관계자는 “로밍센터가 붐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으나, 출국장과 층이 달라 불편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