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뭐라노] ‘격동기’ 자갈치아지매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의 예전 노점 모습. 국제신문 DB
지금이야 부산 하면 광안대교 마린시티 야간관광 등을 떠올리지만 ‘그때’는 달랐습니다. 자갈치시장, 그리고 자갈치아지매가 단연 으뜸이었죠. 자갈치아지매의 화끈한 사투리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는 부산이 손님을 맞을 때 사용한 ‘공식 환영 인사’나 다름없었습니다.

자갈치시장은 1945년 해방 이후 어민들이 신선한 생선과 해산물을 팔기 시작하면서 형성됐다고 합니다. 시장이 자리한 부산남항은 어선이 드나드는 항구. 그러니 자연스럽게 시장이 생겼고, 아지매들은 좌판을 깔았습니다.

시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좌판은 우리 어머니 할머니의 ‘억척같은 삶’ 그 자체였습니다. 아지매들은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 더우나 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생선을 다듬고 팔았습니다. 온몸에 밴 생선 비린내쯤 가족의 생계를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겁니다.

아지매들은 가족만 먹여 살린 게 아닙니다. 격동기 부산 경제를 일으켰습니다. 이뿐일까요. 자갈치시장을 사람과 문화가 공존하는 부산의 명물로 만들었습니다. 자갈치시장을 빼고 부산의 현대사를 말할 수 있을까요. 자갈치아지매, 우리 어머니 할머니의 억척같은 삶이 이룬 결실입니다.

아지매들이 또다시 ‘격동기’를 맞습니다. 수십 년 생선·해산물 팔던 좌판을 접고 ‘신식 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부산 현대사 한 페이지를 새로 쓰는 일인데, 쉽지는 않겠죠. 이미 새로 단장한 자갈치현대화시장 건물 옆 물양장 땅에 자갈치아지매시장이 들어서는 겁니다. 210여 명의 아지매가 이곳으로 옮깁니다. 시장은 오는 6월 말 문을 열 예정입니다.

새로 지은 부산 중구 자갈치아지매시장 건물. 국제신문 DB
자갈치아지매시장은 2022년 1단계, 2024년 2단계 건물을 각각 완공했지만 입주·개장이 계속 미뤄집니다. 235억 원을 들였습니다. 어지러운 노점을 정리하고, 대신 일대 도로를 넓혀 기능을 되찾으며, 생선·수산물 다듬는 ‘악취’를 없애 환경을 정비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관광 활성화 목적도 있습니다. 1단계 건물 준공을 기준으로 3년, ‘자갈치 수산 명소화 사업’ 시작 시점부터 따지면 무려 13년. 애초 부산시가 입주 규모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고, 건물 누수 등 안전사고 위험까지 제기되면서 차일피일 늦춰졌습니다.

많은 혼란과 갈등 끝에 입주가 이뤄지나 했지만, 또 말썽입니다. 16일 진행하려던 자갈치아지매시장 현장 점포 추첨이 취소됐습니다. 노점상 대부분이 가입한 상인회가 보이콧했습니다. 상인회는 관리비를 포함한 사용료가 너무 비싼 데다, 화장실 등 부대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해수 사용을 원활히 할 수 없는 것 등도 문제로 제기합니다.

이에 시는 개장 일정을 재검토하고 상인회와 소통한 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자갈치아지매시장 개장은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시는 행여 아지매들의 요구를 ‘무리하다’거나 ‘합의를 무시했다’며 몰아세워선 안 되겠습니다. 말 그대로 ‘행정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환경 정비나 관광 활성화 등은 나중 일입니다. 아지매들의 만족, 그리고 문화와 역사의 지속성을 최우선 고려하길 바랍니다. 격변의 세월, 우리 어머니 할머니가 부산과 가족을 먹여 살린 ‘삶의 터전’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6. 6‘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7. 7“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0. 10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3. 3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4. 4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5. 5[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6. 6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7. 7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8. 8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9. 9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3. 3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6. 6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7. 7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8. 8"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9. 9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10. 10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4. 4‘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5. 5“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6. 6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7. 7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8. 8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9. 9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0. 10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9. 9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우리은행
준비 안 된 '경찰시대'
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교통취약지 ‘버스형 콜택시’ 도입, 울주 전역 도시가스 공급도 추진”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