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부署, 구에 이전 요청 공문
- “원래 있던 곳, 여기 아닐 수도”
- “부산역사 담긴 기록물 지켜야”
- 전문가도 자리 놓고 갑론을박
일제가 1910~1930년대 부산 범일동~수정동 일대를 매축해 지금의 땅을 만든 ‘부산진매축’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기념비의 이전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일제 잔재를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역사의 일부를 함부로 옮겨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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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한 시민이 부산 동구 수정동 부산 동부경찰서 앞에 설치된 부산진매축기념비를 살펴보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부산 동부경찰서는 ‘부산진매축기념비’ 이전을 위해 유관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이 기념비는 일제강점기 진행된 부산진매축 사업을 기념하기 위해 1939년 4월 현재의 동부서 정문 앞에 세워졌다. 부산진매축은 1913~1938년 바다였던 지금의 범일동~수정동 일대를 매립한 것이다.
동부서는 지난해 1월 동구에 ‘부산진매축기념비 이전 요청’ 공문을 보냈다. 기념비의 위치를 옮기겠다는 취지다. 동부서는 현재 자리에 신청사 건립을 추진 중인데 기념비를 옮겨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자 이전을 추진한다. 현재의 동부서는 공간 부족으로 주차면수 등이 모자라 어려움을 겪는다. 일제의 색깔이 짙은 건축물이 청사 바로 앞에 있다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는 전문가 검토를 거쳐 지난해 12월 동부서가 ▷이전 비용 부담 ▷이전 부지 확보 ▷행정절차 이행 등을 진행하면 이전이 가능하다는 답변서를 보냈다. 이에 동부서는 윤흥신 장군 동상 인근을 이전 부지로 낙점하고 부산시 동구와 협의 중이다. 통상 문화유산을 이전하려면 시 국가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 기념비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지 않았고 공공조형물 현황에 포함돼 ‘동상 및 기념비 건립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이전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역사적으로 기념비를 보존해야 할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꼭 지금의 자리에 둬야 하는지를 두고는 의견 차를 보인다. 특히 현재 기념비의 위치가 본래의 자리인지를 놓고도 다른 주장이 나온다.
나동욱 영남성곽연구소장은 “근대 부산 도시형성을 볼 수 있는 증거자료이지만 매축범위는 범일동~수정동 일대로 현재 위치로 특정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동아대 전성현(역사문화학부) 교수는 “현재 위치가 본래 처음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근으로 이전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은 “기념비가 과거 이전된 적이 있는지 검토해 봐야 한다. 현재로선 명확한 증거를 찾기 쉽지 않다”며 “어느 유산이든 ‘제자리 원칙’이 있다. 원래 자리에 있어야 가치가 있다”고 이전에 반대했다. 김기용 부산근현대역사관장은 “부산의 역사는 매축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이곳을 매축해 평지로 만들어 부산항이 발전할 수 있었다”며 “부산의 역사를 담고 있는 기록물이어서 잘 지켜갈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